‘아파트 팔아 분데스리가 도전’ 차범근의 깊은 울림
입력 2017.11.02 13:20
수정 2017.11.02 17:25
‘분데스리가 레전드투어 인 코리아’ 기자회견 참석
위기에 놓인 한국축구 현실에 안타까움 드러내
“부부의 전 재산이었던 아파트 한 채를 팔았다. 저 곳(분데스리가)에 가서 꼭 겨뤄보고 싶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붐’ 차범근(64) 전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도전을 주저하고, 어느 순간 현실에 봉착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축구 후배들이 깊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차범근 전 감독은 2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레전드투어 인 코리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분데스리가 레전드투어 인 코리아’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알리기 위해 과거 활약했던 레전드를의 업적을 소개하는 자리로 한국에서는 차 전 감독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기쁜 자리지만 기자회견에 임하는 차 전 감독의 목소리는 다소 무거웠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축구선수 차범근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기 민망하다. 한국 축구의 현실 앞에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면목이 없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특히 차 전 감독은 40년 전 분데스리가에 겁 없이 뛰어 들었던 시절의 기억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65살입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결정을 꼽으라면 40년 전 겁 없이 분데스리가에 도전했던 일”이라며 “1970년 대 당시 아내는 우리 부부의 전 재산이었던 아파트 한 채를 팔아 독일 체류 생활비를 대주고, 1년 동안 죽어라 뛰면서 벤치 신세를 면해보라며 지지해줬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당시 분데스리가는 베켄 바우어, 게르트 뮐러 등 슈퍼스타들이 뛰고 있는 꿈 같은 무대였다. 분데스리가에서 아시아 선수가 경기를 뛰는 것은 물론, 돈과 명예까지 얻겠다고 상상해서는 안 될 무대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차 전 감독은 “두렵기 보단 흥분하고 떨었던 기억이 새롭다”며 “저 곳에 가서 겨뤄보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기질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 축구선수여서 잃을 것이 없어 홀가분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차범근 전 감독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서 자신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언제까지 히딩크를 그리워하고 외국인 지도자가 와야 된다 할 것인가. 우수한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며 “현재 초등·중등·고등 연맹 회장도 이 자리에 함께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와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대한축구협회와 독일 프로축구연맹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와 독일 프로축구연맹의 도움이 절실하다. 청소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손흥민을 능가하는 선수를 분데스리가에서 뛰게 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홍보대사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차 전 감독은 “축구 팬들이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에서 분데스리가와의 친밀한 교류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레전드 역할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축구는 스타를 키워내야 하고, 우리가 팬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