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조덕제-여배우, 성추행 논란 여론전…감독 입 열까
입력 2017.10.25 08:15
수정 2017.10.25 09:22
여배우 B씨 "연기·현실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아"
조덕제 "감독의 연기 지시 따른 것" 엇갈린 주장
남배우 A씨(조덕제)와 여배우 B씨가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가운데, 진실의 키를 쥔 감독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단체로 이뤄진 여배우 B씨 측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예상대로 이날 B씨 측의 주장은 조덕제의 주장과 크게 엇갈린 것이어서 진실게임 공방이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B씨는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입장이 담긴 편지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공대위가 대독한 편지에서 B씨는 "나는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라며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고 촬영현장에 대한 파악이나 돌발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문가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건 당시 유명하지는 않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배우생활을 하고 있었고 미래의 영화인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연인과의 사랑도 키워나갔고 가족들과도 화목하게 지냈다"고 당시 행복했던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불안 속에서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신고하고 30개월 넘는 법정싸움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법정싸움에 뛰어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B씨는 "명백한 성폭력의 기록이 담긴 영상을 '영화'로 남겨 대중에게 보일 수 없었다. 15년 이상의 연기경력을 가진 배우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이런 인권유린을 더 이상 참고 넘길 수 없었다"며 상대 배우에 대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또 "강제추행 및 피고인의 보복성 고소로 인한 고통에 허위기사로 인한 추가피해까지 겹치면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며 그간 겪은 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B씨는 마지막으로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자기 분야에서 삭제되거나 쫓겨나는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고 연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덕제는 지난 2015년 영화 촬영 도중 사전 합의 없이 B씨의 속옷을 찢고 상·하체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선고됐다.
하지만 조덕제는 여전히 "사전에 합의된 연기였으며 바지 속에 손을 넣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열쇠는 해당 영화의 촬영을 이끈 감독에게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조덕제 또한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면서 감독을 수차례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조덕제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뒤에도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 콘티에 맞는 수준에서 연기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독 C씨는 조덕제가 자신을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C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히 있으려 했으나 더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만간 따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배우 측 입장 표명 후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양 측의 진실공방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