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과 돈의 만남, 맨시티 누가 저지하나
입력 2017.10.21 00:02
수정 2017.10.21 00:07
2억 2000만 파운드를 쏟아 펩 입맛에 맞는 선수들 보강
감독 전술과 제대로 맞아 돌아가며 12경기 11승1무 기록
과연 어느 팀이 맨시티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자본력과 뛰어난 지략가 펩 과르디올라의 만남은 맨체스터 시티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6-17시즌은 과르디올라 감독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중하위권 팀들은 발밑으로 공을 보내기보단 머리 위로 띄우는 게 다반사였고 터프한 플레이를 일삼았다.
물론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스쿼드로 자신의 철학을 선보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빈약한 수비 조직력은 언제나 맨시티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리그 우승 실패와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으며 씁쓸하게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올 시즌 맨시티는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올 여름 무려 2억 2000만 파운드를 쏟아부으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서는 등 스쿼드를 살찌우는데 주력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입맛에 맞는 선수들이 대거 가세한 것이다. 세밀하고 매우 구체적인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수행하고 습득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2년차로 접어들면서 선수들도 높은 적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전술 구사와 탁월한 경기 운영으로 올 시즌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3-5-2, 3-4-2-1, 4-1-4-1, 4-3-3 등 변화 무쌍한 포메이션은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언제나 오랫동안 볼을 소유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최대한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좁은 공간에서 롱패스보단 짧고 정확한 패스를 지향한다. 패스 성공률이 높아야만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이 삼각형 형태로 패스의 경로를 개척하고 상대 진영으로 전진한다.
맨시티는 올 시즌 공식 대회 12경기에서 11승 1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7승 1무로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8경기 동안 29득점 4실점을 기록, 완벽에 가까운 공수 밸런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흐름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첼시보다 맨시티가 가장 우승에 근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리버풀, 첼시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각각 5-0, 1-0 승리를 거두며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주말 열린 스토크 시티전은 맨시티가 왜 우승후보 1순위인지 증명한 경기였다. 이 경기서 넣은 7골 모두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아름다운 패스 플레이와 골 결정력은 과거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매주 주말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브리엘 제주스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원톱으로서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부상 중인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가세하면 언제든지 원톱과 투톱 전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맨시티는 케빈 데 브라이너, 다비드 실바라는 두 명의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해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윙어 없는 전술에서는 비록 벤치에 대기할지 모르나 라힘 스털링, 르로이 자네는 측면에서 파괴력을 더해주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들이다.
가장 큰 고민이었던 측면 수비는 카일 워커, 벵자멘 멘디, 다닐루의 영입으로 해소했다. 비록 멘디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파비안 델프를 레프트백으로 변신시키며 뛰어난 혜안을 과시했다. 센터백 존 스톤스의 성장과 골문을 든든하게 사수하고 있는 에데르송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맨시티는 리그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3전 전승으로 신바람 행진이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8전 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폴리조차 맨시티의 강력함에 무릎을 꿇었다.
나폴리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맨시티를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수준이라고 평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거침없는 맨시티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