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체티노는 왜 '21골' 손흥민 외면할까
입력 2017.10.18 08:51
수정 2017.10.19 09:14
레알 마드리드 원정서 교체로 단 4분 소화
또 다시 스리백 전술의 희생양, 변화 필요할 듯
꿈꿔왔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맞대결, 하지만 첫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길은 손흥민에게는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다.
토트넘은 18일 오전(한국시각) 열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의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8분 라파엘 바란의 행운의 자책골로 앞서나간 토트넘은 전반 43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동점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손흥민은 후반 44분 시소코를 대신해 뒤늦게야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단 4분에 불과하다. 우상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당초 이날 손흥민은 선발 출전이 예상됐다. 팀 동료 델레 알리의 UEFA 징계가 레알전까지 이어졌고, 지난 본머스전에서 75분만 뛰고 교체 돼 체력적으로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선발 라인업에 손흥민의 이름은 없었다. 토트넘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시작에 맞춰 포백을 가동해 손흥민의 결장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이는 포체티노 감독의 속임수였다.
곧바로 토트넘은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수비적으로 나섰다. 이는 레알 원정에서의 전력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포체티노 감독이 꺼내든 변칙 전술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가 수비로 내려와 토비 알더베이럴트, 다빈손 산체스와 스리백을 형성했다. 기존 스리백의 주축이었던 베르통헌이 왼쪽 윙백으로 올라갈 정도로 토트넘은 수비적으로 나왔다.
중원은 에릭센, 윙크스, 시소코가 이뤘고, 케인과 요렌테가 전방에서 투톱으로 나섰다. 수비적으로 나선 토트넘의 3-5-2 전술은 귀중한 승점 1을 얻어내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손흥민 입장에서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이 스리백을 가동할 때는 번번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곤 했다. 당시에는 케인-에릭센-알리가 전방에서 스리톱을 형성했다. 손흥민이 주전으로 나서기 위해선 스리톱 3인방을 밀어내거나 윙백으로 나서야 하는데 둘 모두 쉽지가 않다.
손흥민은 전형적으로 윙어나 포워드가 가장 어울리는 자리다. 수비 가담 능력이 요구되는 윙백은 맞지 않는 옷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21골을 넣으며 케인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득점 2위가 스리백 전술을 가동할 때 푸대접(?)을 받는 듯한 인상이 달갑지는 않다.
여기에 레알 원정에서 성공적인 안착 가능성을 알린 3-5-2 전술이 향후에도 가동되지 말란 법은 없다. 특히 포체티노식의 스리백에서 손흥민은 점점 자리를 잃을 확률이 크다.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톱에 전문 윙어보다는 3-4-2-1 전술을 가동하며 중앙 지향적인 공격형 미드필드 2명을 배치한다. 바로 에릭센과 알리의 자리다. 이날 3-5-2에서는 수비력을 갖춘 시소코가 중앙에 배치됐다.
그러다보니 스리백만 가동하면 윙어로 나서는 손흥민은 사실상 자리가 없다. 포백을 가동해야 그나마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나는데 스리백이 워낙에 잘 돌아가 굳이 전술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토트넘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전술을 짜는 것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손흥민의 출전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데 지난 시즌 성과를 내고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시즌 이달의 선수만 2번을 차지한 선수가 밀려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