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묵직한 소재, 심심한 맛…'대장 김창수'
입력 2017.10.08 08:35
수정 2017.10.08 09:51
조진웅·송승헌 주연 영화 '대장 김창수' 리뷰
이원태 감독 첫 장편…절망의 끝에 선 청년 이야기
조진웅·송승헌 주연 영화 '대장 김창수' 리뷰
이원태 감독 첫 장편…절망의 끝에 선 청년 이야기
1896년 홍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조진웅)가 일본인을 맨손으로 때려죽이고 체포된다. 재판장에서 그는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것이다.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고 외치지만,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에 수감된다.
일본의 편에 선 조선인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김창수가 못마땅하다. 이후 온갖 고문으로 그를 괴롭힌다.
동학 농민 운동에 가담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투지로 살아온 혈기 넘치는 청년 김창수. '외골수'인 그는 죄수들과도 부딪친다.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며 감옥에서도 죄수들과 다르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던 청년은 억울하고 힘 없는 감옥 안 조선인을 마주한다.
못 배우고 못 가졌다는 이유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그들을 본 김창수는 조금씩 현실에 눈을 뜨고, 변화를 꿈꾼다.
김창수는 바깥세상보다 더 참혹한 감옥살이를 견디는 조선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등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기 시작하고, 동료 죄수들은 김창수를 통해 삶을 바꾸어 나간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에 수감된 청년 김창수가 미결 사형수에서 독립운동가 대장 김창수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년 백범 김구를 다룬 작품으로 김창수는 김구가 젊은 시절 쓴 이름이다. 영화는 김창수가 위대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알을 깨고 나가는 모습에 집중한다.
'가비'(2012)와 '파파'(2012)를 기획한 이원태 감독의 첫 영화다. 이 감독은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만들기도 했다.
이 감독은 "몇 년 전에 아이와 상해임시정부를 간 적이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고 초라해서 나도 모르게 울었다"며 "백범 김구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흔히 김구 하면 임시정부 주석으로서 이룬 혁혁했던 독립 투쟁을 떠올리는데 그 빛나는 순간이 있기까지 겪었던 암흑의 시간이 그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대장 김창수'는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청년의 이야기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한 청년이 빛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를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주변인들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절망 속에서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희망을 보여준다.
조선인 간수들도 이들과 함께 점차 변모한다. 죄수들을 위해 진정서를 몰래 전달해주고 김창수와 죄수들의 탈출을 눈감아 주는 간수들도 있었다.
이 모든 변화를 일군 사람은 김창수다. 영화는 가장 낮은 곳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을 변화시킨 리더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는 극 후반부, 김창수가 훗날 임시정부의 지도자가 된 백범 김구임을 밝힌다.
조진웅이 주인공 김창수로 분해 극의 중심을 잡았다.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에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다는 그는 "참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무엇을 준비한다 한들, 그분을 따라갈 수 있겠냐. 솔직히 감당이 안 됐고 겁도 났다. 결국 견뎌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잘생김'의 대명사 송승헌은 데뷔 후 첫 악역을 소화했다. 그는 "그간 정의롭고 착한 인물을 해와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던 찰나, '대장 김창수'를 만나게 됐다"며 "강형식을 평면적이고 단순한 친일파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실제 강형식이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면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은 분량에도 임팩트를 주고 싶어 최대한 냉정하고, 혹독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김창수 같은 분이 존재하셨기에 우리가 잘살고 있는 듯하다. 많은 관객이 '대장 김창수'의 이야기를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런 류의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울림과 감동이다. 하지만 '대장 김창수'는 울림과 감동의 폭이 좁아 아쉽다. 관객의 마음을 흔들리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얘기다. 초반 전개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관객들도 있겠다.
10월 19일 개봉. 115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