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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전방위 압박-상] 가맹점 눈치 보는 프랜차이즈와 내리막길 걷는 대형마트

최승근 기자
입력 2017.09.28 06:00 수정 2017.09.27 18:39

파리바게뜨 1년 영업익, 인건비로 모두 쏟아 부어도 위법 논란은 여전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 매출 그대로…“포퓰리즘성 정책 씁쓸”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환경 변화와 내수 침체 그리고 갈수록 조여 오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오너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도 악화됐다. 내적으로는 성장을 고민하는 동시에 강화되는 정부 규제에 대응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한숨만 늘고 있다.[편집자주]

“이제는 매출 부진과 수익악화까지도 가맹본부의 책임이 됐다. 여기에 일부 오너의 갑질로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적폐 취급을 받으면서 집단패배주의에 빠져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최대 위기다.”

연 100조원의 거대한 시장으로 14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평가다. 지난 5년 간 세월호, 메르스, 사드 등 사회‧경제요인으로 내수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고,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 문턱이 낮은 탓에 각종 브랜드가 난립하며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유통업계를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고 추켜세웠지만, 업계는 생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법, 제도를 비롯해 여론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은커녕 현 상태를 유지하기도 버겁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이나 법, 제도에 대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위한 기본 전제는 기업의 생존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고 임금체계 개선이나 복지 증진도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7월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산업인과의 대화'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현재 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전국 가맹점에 근무하는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할 경우 600억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파리바게뜨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1년치 수익을 모두 쏟아 붓고 직접고용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해 각 가맹점에 파견해도 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

현행 파견법에서는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또한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기업의 목을 졸라서 정규직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제대로 해결하려면 파견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랜차이즈=갑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는 가맹본부도 늘고 있다.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활동임에도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감시나 간섭으로 치부돼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A프랜차이즈 대표는 “갑질 논란에 편승해 동일한 품질 및 서비스 유지에 반감을 가지고 개별 운영을 하려는 점주들도 있다”며 “이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인 동질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부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손을 쓸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바른정당 가맹점 갑질 근절 특별위원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가맹점 갑질 근절을 위한 2차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데일리안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모바일 등 온라인을 이용하는 소비가 늘면서 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신규 점포에 대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의무휴업 확대에 대한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개별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이와 함께 사드 후폭풍에 따른 정부의 무관심도 유통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만큼 최소한의 대책이나 지원을 기대했지만 정부의 역할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 시장에서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선으로 선택한 해외 시장까지 부진을 겪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와 함께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영업시간을 줄이라는 압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기본 생활과 밀접한 산업이다 유통산업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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