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C 매각으로 한국 화장품 가치 재입증…사드도 막지 못한 K-뷰티
입력 2017.09.27 14:38
수정 2017.09.27 15:15
사드 사태 이후 중단됐던 화장품업계 M&A, IPO 속도 내나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전 방위적 피해를 보고 있지만 화장품 분야만은 승승장구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진출을 위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면서 한국 화장품 기업의 가치도 덩달아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HC로 유명한 토종화장품 브랜드 카버코리아가 3조원에 매각됐다. 글로벌 뷰티기업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지분 60.39%를 22억7000만유로(27억 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화장품기업 M&A 사상 최대 금액이다.
특히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이 43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조원이라는 거래액에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시가 총액이 14조원에 달하는 아모레퍼시픽과 13조원 규모의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화장품 브랜드 3위 규모 업체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과 대기업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을 제외하면 국내 화장품 기업 중에서는 실제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중국 시장을 꼽는다. 유니레버가 AHC를 발판삼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도브, 바세린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레버는 유독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카버코리아는 지난해 홍콩과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른 한국 화장품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현지 진출에도 불구하고 아이크림과 마스크팩이 현지에서 히트를 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AHC는 지난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하루 만에 마스크팩 65만장을 판매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닷컴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2017년 한국 미용관리제품의 판매금액은 2014~2015년에 비해 30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마스크팩으로 조사됐다.
카버코리아가 올 초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버코리아의 매각으로 K-뷰티를 이끌고 있는 한국 화장품 기업에 평가도 다시 이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동안 사드 후폭풍으로 고전했지만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먹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사드 사태 이후 중단됐던 국내 화장품 기업에 대한 M&A나 IPO 작업에 대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국 화장품 기업의 몸값이 상승한 사례는 상반기에도 있었다.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올 4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거래규모는 1882억원으로 서영필 회장이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보유 지분 29.31% 중 25.5%이다.
에이블씨엔씨는 1세대 브랜드숍으로 승승장구 하다 경쟁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 등 회사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 당시 지분가치도 시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달 11일 중국 신규 매장 오픈 등 2년간 총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1성급 도시 내 30여개의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