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분노, 원한해결도 민간에 의뢰해야 하나
입력 2017.09.05 13:58
수정 2017.09.05 14:01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이어 강릉 폭행 사건까지 국민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청소년 범죄 예방과 처벌의 허점을 드러낸 소년법의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오늘(5일)까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강릉 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피해 학생의 처참한 상황과 함께 가해 학생들의 파렴치한 태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한 연예인은 이 사건에 대해 "모두의 책임"이라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고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런 학교 폭력 및 청소년 범죄의 문제점을 거론한 영화, 드라마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없는 법의 허점을 꼬집은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일본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작품들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06년 일본 테레비도쿄 채널에서 시즌1이 방송됐고, 2009년 리부트 편이 방송된 '원한해결사무소'는 법이 해결하지 못한 악을 또다른 악이 벌한다는 사회파 서스펜스 드라마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에서는 키노시타 아유미가 돈만 주면 원한을 해결해주는 인물로 등장해 작품 속에 등장한 악인들을 벌했다.
특히 4회 방송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한 신혼부부가 비행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그 결과 아내는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형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법으로 그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 범죄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살인죄는 커녕 상해치사죄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피해자 남편 역시 경찰에게 자세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 범죄자들이 법 때문에 처벌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남편은 원한해결사를 찾았다. 남편은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괴물들을 길에 풀어놓은 사회에 대한 원망을 폭발시켰다. 범인에게 그에 합당한 죄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역시 법을 어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한해결사는 자신의 파트너를 활용해 범죄자들을 추적하고, 그들이 서로를 의심해 죽이도록 만든다. 원한해결사에게 그들의 처벌을 의뢰한 남편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아내의 복수를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법을 어긴 사람은 없다. 자신들끼리 죽이게 만든 원한해결사도 물증은 없다.
이 드라마에서는 미성년 범죄자들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자들 못지 않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들은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들을 처벌한건 경찰이나 법이 아닌 원한해결사다. 그는 퍼니셔처럼 요란하게 총을 쏘거나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교묘하고, 섬세하게 일을 처리했다.
2009년 방송된 '리부트' 시리즈에서는 1, 2편이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다뤘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악행은 물론 이런 악행을 주도하는 인물이 드러났고, 이를 원한해결사가 정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의뢰인은 물론 원한해결사도 법을 어기지 않았다. 법망을 피해갔다.
온라인에서는 가해 학생들을 처벌할 수 없는 소년법의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소년범에게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의 경우, 4명 중 3명은 사건 당시 14세가 넘었지만 1명은 2003년생으로 생일이 9월 이후여서 만 14세 미만이다. 만 14세 미만의 경우 단순 감형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사건이 알려진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드시 소년법은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에 하루가 지난 5일 오전 8만명 이상이 공감을 나타냈다.
법은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 허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법의 허점을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난다면 그 법의 허점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국민이 스스로 '원한해결사'가 되거나 '퍼니셔'가 된다면 민주주의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