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쌍용건설, 잠실 지하철 공사비 손실 공방 '점입가경'

쌍용 "추가 공사비 떠넘기기 손익 숨기고 원가율 공시 조작"

삼성 "쌍용건설과 변경내용 이미 공유해"

지하철 9호선 919공구 현장 모습. ⓒ쌍용건설

거대 포트홀 발생으로 공사가 지연됐던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919공구) 건설공사비를 두고 사업 주관사인 삼성물산과 공동시행사인 쌍용건설의 지리한 법적 공방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건설 측 삼성물산이 공사 원가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고의로 숨겨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을 삼성물산 내부 문건 공개와 함께 제기했다.

삼성물산의 관리부재로 공사 원가율이 상승했음에도 이런 사실을 숨긴채 싱크홀을 빌미로 과다하게 공사비 증가분을 떠넘겼다는 게 쌍용의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컨소시엄 공사비 증액에 대한 부분을 공동시공사에게 숨겼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고,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한 사실은 이미 공유해 쌍용건설이 충분히 인지 하고 있던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과 쌍용건설은 서울 잠실 일대 지하철 공사를 함께 진행 중이며, 싱크홀 발생으로 인한 추가공사비 분담을 놓고 2015년 10월부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919공구 건설공사는 지난 2009년 삼성물산(54%)이 주관사로 쌍용건설(40%), 매일종합건설(6%)과 컨소시엄 형태로 서울시에게 도급을 받은 현장이다. 공사비는 총 2091억원(에스컬레이션 반영)으로 이들 건설사 3곳은 협의에 의해 당초 실행원가율(이하 원가율) 85.1%에 공사를 시작했다.

26일 쌍용건설 현장 관계자가 입수한 삼성물산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까지 919공구에서 발생한 누적손실이 무려 56%(원가율 156%)에 달해 당초 100억원 이익에서 444억원 손실이 예측됐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본사에 25명 이상의 대규모 손익만회지원팀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측은 "삼성물산은 2014년 6월까지도 원가률을 93.1% 수준으로 공시했고, 소송과정에서도 2014년 8월 싱크홀 발생이전까지 원가율이 93.1%로 파악됐다고 밝히는 등 허위공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쌍용건설 측은 또 “삼성물산이 대규모 손실을 1년 가까이 숨겨오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직후인 2015년 2월 한꺼번에 노출하면서 공사를 중도포기하는 타절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며 “특히 삼성물산은 싱크홀 발생 이후 공사비 증액분이 1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체 분석한 결과 싱크홀에 다른 증액분은 200억원선으로 판단돼 나머지 800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후 2015년 2월 원가율이 127.38%까지 치솟았다. 원가율이 급등하면서 손실도 크게 증가했다"며 "삼성물산은 이에 대한 추가 부담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쌍용건설 현장에서 입수한 삼성물산의 내부자료로 지난 2014년 3월까지 발생한 누적손실을 기록한 보고서다. 2014년 3월까지 누적손실은 56%(원가율 156%)에 달하고 손익 또한 증가한 한 것으로 나온다. 사진은 쌍용건설이 입수한 삼성물산 내부자료. ⓒ쌍용건설

이와 함께 원가율 상승 이후 공사지분 836억원에 125억원 이익에서, 공정률 41% 상황에 229억원 손실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게 쌍용건설의 주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경우 각 사에서 대표자가 참석하는 ‘공동운영위원회’가 열린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협의와 합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쌍용건설은 2013년 4월 이후 2015년 2월까지 이 과정이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삼성물산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삼성물산 측은 “보통 매월 또는 분기마다 기성을 청구하는 관도급 공사는 원가율을 컨소시엄 구성사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2013년 9월 이미 하도급 업체 해지와 재계약에 따른 원가율 상승을 고지해 쌍용건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고 맞섰다.

특히 "쌍용건설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소송 전 걸었던 가압류도 해지했고, 소송 중 싱크홀에 따른 피해규모를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을 받자고 해서 현재 감정이 진행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 관계자는 ‘’공동도급사는 매월 공사현황 및 실행예산 초과집행 항목에 대해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실행예산 초과투입 예상항목 등에 대해서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재판부는 싱크홀에 대한 손실 부분에 대해 감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초 두 회사의 소송은 1차 판결로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