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휴가 권장하고 총리는 휴가 반납하고?…관가 '눈치'
입력 2017.07.06 14:26
수정 2017.07.06 15:15
상사 눈치 보느라 맘편히 휴가 못가는 한국 조직 풍토 여전
정부, 공직사회 연가 활성화 지속 추진…"기대반 우려반"
상사 눈치 보느라 맘편히 휴가 못가는 한국 조직 풍토 여전
정부, 공직사회 연가 활성화 지속 추진…"기대반 우려반"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주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정부가 휴가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지만, 행정부의 수장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휴가기간 동안 집무실을 오갈 것으로 밝히며 관가의 '눈치 보기'가 한창인 모양이다.
정부의 휴가 장려정책은 계속돼 왔지만, 여전히 상사 눈치를 보느라 휴가도 마음 편히 못 가는 한국의 조직 풍토가 부처에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안팎의 성토가 이어진다.
인사혁신처는 하계 휴가철을 맞아 '눈치 보지 않고 휴가 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공직사회의 하계휴가를 장려한다며 최장 10일까지도 하계휴가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와 부서장이 솔선수범해 하계 휴가를 가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이번주 중 각 부처에 보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탑승한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연차휴가를 다 쓰겠다"고 밝혀 현장의 참모와 기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이낙연 총리가 취임 한 달을 맞아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는 휴가를 다 쓰겠다는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서울에 있는 것은 세종에서의 휴가고, 세종에 있는 것은 서울에서의 휴가"라고 답하면서, 사실상 휴가 기간에도 서울청사와 세종청사를 오가며 업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내부에서는 정부 차원의 휴가 장려책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 총리의 이번 발언으로 총리실 전체가 휴가철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가운데 총리가 정부의 휴가 방침에 솔선수범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날짜에 맞춰 '묻혀 가는' 식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공직자들의 말이 나온다.
실제 한 공무원은 "그간에도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하계휴가 장려책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제 휴가 때마다 상사의 휴가 날짜에 맞춰 묻혀 가거나, 윗선에서 '우리 때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르다'고 눈치를 주는 게 현실"이라며,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차휴가 사용 의무화 등 노동자의 쉴 권리를 강조해왔다. 대통령은 당시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각오로 약속드린다"며 "향후 여름휴가를 12일 이상 의무화하고 기본 연차유급휴가를 20일로 늘리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공직사회의 하계휴가 장려책을 발표하며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제대로 쉬는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공직 생산성이 향상되고 신명 나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공무원 연가 활성화를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