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과 로마, 극적인 명예회복 스토리의 시작
입력 2017.06.20 00:11
수정 2017.06.21 14:17
6년 만에 다시 서는 세계선수권 무대
모든 환경 제자리로 돌아와..로마서 다시 출발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8)이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명예회복을 세계선수권 정상 등극으로 풀기 위해 결전의 땅 유럽으로 향했다.
박태환은 오는 7월 중순 헝가리 부다페스트서 개최하는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 2월 중순 호주 시드니로 떠나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지난 1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18일 다시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마서 최종 마무리 훈련을 소화한 뒤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다페스트에 입성할 계획이다.
6년 만에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다. 2011년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 획득 이후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는 휴식을 이유로 불참했고, 2015년 카잔 대회는 금지약물 복용(도핑)에 따른 징계 기간 중이라 출전할 수 없었다.
다시 서는 세계선수권 무대는 박태환에게 도핑에 따른 징계라는 불명예, 국가대표 선발 문제를 둘러싼 대한체육회와의 갈등으로 부진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날릴 마지막 기회다.
세계선수권 대회의 마지막 기지라고 할 수 있는 장소가 로마다. 박태환에게 로마는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오를 만한 도시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덜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환에게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는 충격과 좌절 그 자체였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 대회 당시 자유형 200m·400m·15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모두가 ‘박태환의 몰락’을 이야기 했다. 주변의 질타도 이어졌다.
지난 15일 입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태환은 “2009년 로마 대회는 선수로서 반성하고, 깨닫게 된 대회였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그것도 한국 수영의 운명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선수에게 잠시의 방황과 일탈도 결코 용납될 수 없었던 당시 분위기는 가혹했다. 로마는 그렇게 박태환에게 처절한 패배를 안긴 땅이다. 그런 이야기가 서린 로마에서 박태환은 자신의 선수인생 통틀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를 준비한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목표했던 성적을 받아낸다면 로마는 박태환에게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기억될 수 있다. 세계 수영계나 팬들에게 역시 로마는 박태환의 드라마틱한 명예회복 스토리 속 중요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박태환을 둘러싼 환경은 참으로 많이 변해 있다.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을 포함해 박태환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앞을 가로막을 사람은 사라졌다. 박태환은 다시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고, ‘한국 수영의 간판’이라는 타이틀 역시 아직까지는 박태환 것이다.
새 후원사도 찾았다. 박태환은 세계적인 수영용품 업체인 아레나와 공식 후원 협약을 맺었다. 아레나는 박태환에게 계약금과 수영 용품을 지급하고 박태환을 브랜드 모델로 활용한다. 아레나는 박태환이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세계기록을 수립하면 포상금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 사이 박태환이 수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으로 회복되어 온 셈이다. 박태환은 "2013년,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뛰지 않아 이번 대회에는 부담이 있다. 그간의 공백을 메우고, 다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다. 마음 한 구석에 '증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 스스로 상당한 무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박태환은 6년 만에 출전하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 경신과 금메달 획득을 정조준 하고 있다. 그 만큼 그 동안 자신감이 붙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금메달 따고 오겠습니다'라는 말을 원하는 것 같다"며 웃은 뒤 "금메달을 따겠다고 하고는 못 따면 스스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조심스럽다"고 하더니 이내 "금메달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금메달을 따고 오겠다"고 시원스럽게 말했다. 자신감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