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 "북 미사일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 축소 가능"
입력 2017.06.17 15:44
수정 2017.06.17 15:46
비핵화 전제한 미국 입장에 "우리도 무조건 안해야 하는 것 아냐"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가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한미합동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소개한 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과 같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서 항공모함 같은 전략무기 자체가 한반도에 안 와도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하던 합동훈련 방식대로 하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군이 전략무기를 전진배치하면 북한이 다시 미사일 등으로 도발을 하는 긴장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사견을 전제로 전략무기 배치가 없었던 기존의 방식대로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특보의 이번 발언은 앞선 문 대통령 발언의 내용보다 한층 구체적인 것인 만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안하겠다고 우리도 안 하느냐" 거침없는 발언도
특히 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이 당초 제안한 대화의 조건은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로 밝힌 미국과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미국이 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안해야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겠지만,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해야 하다고 본다”고 거침없는 태도로 답변했다.
즉,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의 조건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 조건에 우리 정부가 전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문 특보는 구체적인 대화 조건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측은 비핵화가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과 입장 차를 보였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