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못지않다’ 레알 마드리드 월클 조연들
입력 2017.06.04 15:18
수정 2017.06.04 15:18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개편 후 처음으로 2연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의 창이 뚫리지 않을 것만 같던 유벤투스의 방패를 뚫어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4일(한국시각) 웨일스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유벤투스와 결승전서 4-1 승리했다. 이로써 레알은 유럽 클럽축구대항전 27년, UCL 개편 이후 최초로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은 유벤투스의 분위기였다. 곤살로 이과인의 연속된 슈팅이 친정팀 레알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전반 6분 미랄렘 퍄니치의 중거리 슈팅이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를 막히는 등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레알 호날두의 몫이었다. 그는 전반 20분 다니엘 카르바할의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경기, 필요한 순간에 터뜨린 ‘슈퍼스타’다운 선제골이었다.
전반 26분 이과인의 패스를 받은 마리오 만주키치가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후반 15분 카세미루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고, 3분 뒤 호날두가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추가골을 뽑았다.
후반 37분 유벤투스는 교체 투입된 후안 콰드라도가 불필요한 반칙과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사실상 승부를 내줬다. 이후 레알은 네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막판 상대 측면을 무너뜨린 마르셀로가 마르코 아센시오의 쐐기골을 만들어 내면서 역사적인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유벤투스의 방패는 FC 포르투는 물론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도 뚫지 못했었다. 결승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초특급 신예 킬리안 음바페만이 유벤투스의 수비를 딱 한 번 무너뜨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16강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골뿐이 허용하지 않았던 유벤투스의 골문을 두 차례나 열었다.
이날 호날두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공격의 선봉장다웠다.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였고, 공을 주고받으며 더 좋은 기회를 노렸다. 평범한 크로스를 순간적인 침투와 슈팅으로 연결해 도움으로 바꿔내는 장면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다소 밀리는 분위기에서 슈팅 한 방으로 흐름을 되찾아오는 모습은 ‘역시 호날두’를 외치게 했다.
호날두는 기록의 사나이다. 그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UCL 8강 이전까지 단 2골에 그쳤었다. 하지만 8강 1~2차전에서 5골을 몰아쳤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준결승 1차전에서는 해트트릭, 이날 결승전에서는 멀티골을 기록하며 올 시즌도 UCL 득점왕에 올랐다. 2012-13시즌부터 무려 5년 연속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대기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날두는 UCL 통산 105호골을 터뜨리면서 대회 역사상 최다골 기록도 경신했다. 그는 UCL 개편 이후 첫 2연속 우승의 기쁨은 물론 수많은 개인 기록까지 세웠다. 세계 최강의 팀과 최고의 선수, 이보다 더 멋진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
호날두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새로운 역사에 힘을 보탠 이들도 있다. 먼저, ‘측면의 지배자’ 마르셀로가 없었다면, 레알의 2연속 우승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호날두가 중앙에서 득점에만 신경 쓸 수 있었던 데는 측면 공격을 담당해준 마르셀로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이스코의 활약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날두가 가레스 베일의 부상으로 인해 득점에 대한 부담과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이스코가 그 짐을 나눠 가졌다. 장기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고,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득점까지 터뜨렸다. 결승전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해주면서, 지네딘 지단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본업인 수비는 물론 득점력까지 가진 ‘캡틴’ 세르히오 라모스, 유벤투스 측면을 무너뜨린 다니엘 카르바할, 역대 최고의 중원 조합으로 손꼽히는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 본래는 소리 없이 강하지만 이날은 멋진 중거리 골과 함께 빛났던 카세미루 등 호날두가 빛날 수 있는 데는 그 못지않은 동료들이 있었다.
이제 레알은 3년 연속 UCL 우승에 도전한다. 호날두와 마르셀로, 라모스 등 초호화군단 레알의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