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재판]특검-변호인단, 삼성물산 합병 찬성 대가 조건 놓고 공방

일성신약 “합병 찬성 대가로 신사옥 건설 제안”...삼성 “근거없는 주장”

2년째 진행중인 소송중인 이해당사자 주장...객관성과 신빙성 결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성신약 “합병 찬성 대가로 신사옥 건설 제안”...삼성 “근거없는 주장”
2년째 진행중인 소송중인 이해당사자 주장...객관성과 신빙성 결여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 찬성 조건으로 주주인 일성신약에 신사옥 건설을 제안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지속됐다. 특검은 돈으로 의결권을 매수하려는 행위였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1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영준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은 “당시 삼성물산이 합병을 찬성해 달라며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해왔다"며 "삼성물산 부사장이 (일성신약) 부회장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삼성물산 실무진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일성신약 측에 신사옥 건립을 물밑으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했던 기업 주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0.35)에 반발해 합병을 반대해 왔다. 조 팀장은 일성신약에서 삼성물산 합병 내용을 검토한 실무자로 합병비율이 일성신약에 불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다.

그는 또 삼성물산이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주당 9만원에 사주겠다는 제안도 해 왔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일성신약 등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한 주식 매수 가격은 1주당 5만7234원이었다.

하지만 윤병강 회장이 이러한 제안들을 듣고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조 팀장은 덧붙였다. 그는 제안 거절 이유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회장님이 한 거라 제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일부 소액 주주는 손해를 보는데 저희만 뒷거래처럼 해서 이익을 챙기는 게 정당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보상받으면 언젠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지난 2년간 수백억원대 소송을 진행해 온 업체로 증인의 증언도 모두 다 들은 것이기 때문에 증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증인이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도 모두 윤병강 회장으로부터 들은거라 신빙성과 객관성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성신약이 사옥 신축이나 고가 주식매수 제안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 것이 주식매수 청구 가격 조정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라면서 소송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의 주장은 지난 2016년 5월 25일에 처음 나왔다”면서 “그 이전 9개월 동안 치열하게 소송하면서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 한 번도 얘기 하지 않았는데 주장한 시점을 보면 1심 패소하고 법원에 조정해서 화해하기 위한 수단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성신약이 합병 비율 불공정성에 대해 대의명분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주식 매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성신약의 보유 주식은 330만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서 주식을 팔고 더 많은 매수가격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소송을 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합병 목적과 비율 등 부당성 주장할 동기나 유인이 굉장히 크다”면서 “회사의 중요한 자산 매각하면서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결정하는 등 절차도 굉장히 불투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