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인' 한국만 빠진 한반도 논의…미·중·일 손에 달렸나
입력 2017.04.25 14:48
수정 2017.04.25 14:48
[기자수첩]'코리아 패싱' 우려·지적에도 "문제없다" 외치는 정부
대선 후에도 강대국 틈바구니서 미약한 외교력 보일 가능성 제기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25일)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핵 비확산 회의'(28일) 등을 계기로 북한이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미·일 정상이 각각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해결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연쇄 통화는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전략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미·중, 미·일 정상 간의 통화가 하루에 연속적으로 이뤄진 점도 이례적이지만, 통화 이후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대북 경고메시지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을 겨냥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킬 행동을 하지 말라"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다지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변국들의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넘어 씁쓸함마저 남는다.
그동안 다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에 '주인공'인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주변 강대국에 이끌려 한반도 문제를 풀게 되면 결국 강대국의 논리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재'에 외교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점차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력을 잃고 주변 강대국에 밀려 뒤로 처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미중일 간의 통화에서 보듯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없다. 걱정 말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코리아 패싱' 지적에 "한미동맹 관계 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고위급 협의를 이례적으로 20여 차례 가졌을 정도로 미 신행정부와 빈번하고 또 강도 높은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주변국과의 북핵 관련 협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정부 당국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요국들 간 한반도 논의가 많은데 대한민국이 소외돼 있는 것 아니냐' 하는데, 한반도 관련 결정은 대한민국이 결정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애써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정부의 해명처럼 각료·실무급에서 주변국과 북핵 관련 소통을 지속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리더십 공백으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정상급 논의에 한국이 소외되고 있는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내달 9일 치러지는 대선 이후에도 한국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위기 해결의 주(主)인 한국이 객(客)으로 전락해 강대국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인 우려와 지적을 정부는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외교력은 곧 주권'이라는 한 원로 외교관의 말을 다시금 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