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사외이사 회의 한 번에 568만원 받았다
입력 2017.04.03 06:00
수정 2017.04.03 08:01
지난해 49명에게 총 25억6820만원 지급…연봉 5241만원
446건 중 반대의사 제로 사실상 거수기…고액 임금 '눈총'
국내 주식시장 상장 보험사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평균 5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개최한 이사회 횟수를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이들은 회의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570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역할은 거수기에 그치면서, 이들의 몸값에 붙는 의문부호는 점점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주총회소집공고 내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12개 상장 생명·손해보험사들은 49명의 사외이사들에게 총 25억682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5241만원이었다.
보험사 별로 보면 역시 국내 생·손보업계 1위 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외이사들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사외이사들의 평균 급여는 8379만원으로 조사 대상 보험사들 중 유일하게 8000만원을 넘겼다. 삼성화재 사외이사들의 평균 급여는 78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KB손해보험과 동양생명 사외이사들의 평균 연봉이 각각 5711만원, 53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보험사 사외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현대해상(4824만원)·미래에셋생명(4800만원)·한화손해보험(4800만원)·한화생명(4743만원)·동부화재(4252만원)·롯데손해보험(4054만원)·메리츠화재(3783만원)·흥국화재(3622만원) 등 순이었다.
또 조사 대상 보험사들은 지난해 총 120회의 이사회를 열었다. 이에 따른 회사별 평균 이사회 횟수는 9.2회였다. 조사 대상 사외이사들의 평균 연봉을 이 같은 평균 이사회 횟수로 나눠 보면, 이들은 회의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568만원씩을 받은 셈이다.
삼성화재 사외이사들의 회의 참석 당 수령액이 86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열린 이사회가 6회로 조사 대상 보험사들 중 가장 적은 탓에 사외이사들의 회의 1회 당 보수가 791만원으로 높았다. 사외이사 평균 급여가 가장 높았던 삼성생명은 미래에셋생명과 함께 가장 많은 15회의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회의 당 사외이사 수령액은 보험업계 평균 수준인 559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밖에 보험사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1회 참석 당 평균 수령액은 동양생명(663만원)·현대해상(603만원)·한화손보(600만원)·동부화재(532만원)·KB손보(476만원)·메리츠화재(473만원)·롯데손보(338만원)·흥국화재(329만원)·미래에셋생명(320만원) 등 순이었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받는 돈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이 회사 경영에 사실상 아무런 견제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보험사의 지난해 이사회에서 논의된 446개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낸 사례는 단 한 번뿐이었다. 이마저도 소수의견으로 묻히면서 해당 안건은 그대로 가결됐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보험사들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대부분 거수기로 전락해 있는 현실"이라며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고액 연봉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