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비문 주자'에 호재?
입력 2017.03.31 12:24
수정 2017.03.31 15:33
보수층 '동정론' 확산…홍준표 또는 안철수로 결집 가능
박근혜 불복 행보, 적폐청산론 강화로 영향 미미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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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이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를 뒤집을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으로 보수층에 동정론이 확산돼 비문(비문재인) 주자의 반등이 이뤄질 거란 정가의 관측이 나온다. 보수층의 결집이 보수-중도 진영 중 어디로 향하더라도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31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적폐 청산’이라는 인식으로 확대되면서 진보 진영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중도·보수 진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자유한국당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보수층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한국당 주자에 결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은 법원의 박 전 대통령 구속 수감 결정 시기인 이날 대선 주자를 선출한다. 현재 한국당 경선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우세 속에 ‘친박계’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기호 순)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정가의 예측대로 ‘비박계’ 홍 지사가 선출되더라도 보수층은 결집할 수 있을 거란 해석이다. 정권을 진보 진영에 넘겨선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작용해 바른정당을 포함한 범보수 진영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즉 ‘밴드웨건 효과’에 따라 홍 지사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이런 상황을 노린 듯 진보 진영에 맹공을 퍼부으며 보수층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결국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홍 지사가 후보로 선정된다면 누가 (보수)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갈 것이냐 라고 할 때 한국당은 영남 중심으로 구성된 정당이고 바른정당은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라며 “TK 지역에서의 정서는 여전히 한국당 대선 후보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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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수층 중 10~15% 정도의 ‘샤이 보수층’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한국당도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한다면, 한국당 주자가 아닌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대표는 중도·보수층 흡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측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안 전 대표와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고배를 마신다면, 안 지사의 지지층도 끌어안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비문연대’가 성과를 거둬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 구도로 형성된다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문 전 대표로 민주당 주자가 확정되면 안 지사의 표가 안 전 대표로 갈 것”이라며 “그 때 안 전 대표 지지율은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동정론이 있다는 건 문 전 대표나 민주당이 위축된다는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홍준표-안철수’ 3분할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보수는 결국은 어차피 압박에 의해서 하나로 뭉쳐질 것이고 그 다음 보수-진보가 서로 결집하고 결국은 안 전 대표까지 합쳐지는 3자 구도로 가면 서로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더라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돼 적폐 청산, 정권 교체 구도가 갈수록 공고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후라든지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국민에 대한 진정한 모습으로서 다가갔던 점이 부족했다고 보기 때문에 보수 결집이라든지,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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