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기술 부리지 않았다" 진심·땀·눈물 담은 '유도소년'
입력 2017.03.16 06:00
수정 2017.03.19 15:48
2014년 초연 이후 평단·관객 호평 쏟아져
"태만 이겨내고 겸손하게" 더 단단해진 삼연
"어떤 것을 섣불리 바꾸기엔 위험할 수도 있고 그대로 올리기엔 정체될 수 있어요."
2014년 초연 이후 어느덧 스테디셀러 연극으로 '유도소년'이 삼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재준 연출은 이번 작품이 배우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도소년'은 초연과 재연 모두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재준 연출은 "초연 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재연 때는 많이 힘들었다. 초연이 잘 되면 대개 익숙해지거나 스스로 게을러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이번 작품은 초연 때처럼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 내가면서 만들었다. 배우들도 함께 땀 흘리며 즐겁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잔기술을 부린 건 아니다"고 강조한 이재준 연출은 "진정성이나 진심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고 미흡한 부분, 실수 것도 없지 않아 있다"면서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재차 언급했다.
금메달을 따고 복귀하자마자 운동을 했다는 유도선수 김재범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이재준 연출은 "태만을 이겨내고 겸손하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겸손한 감동'과 '끊임없는 노력'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초연 개막 직전 터진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느 때보다 힘겹게 무대에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재준 연출은 "연출이자 삶을 살아가는 남자, 혹은 가장으로서 힘들고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싶은 시기였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초연이 오픈한 게 세월호 사고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은 2014년 4월 26일이었다"며 "이 작품이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웃기는 이야기인 만큼 공연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개막 당시까지도)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골든타임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그 당시 친구들, 혹은 무언가를 꿈꾸고 해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저한테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공연에는 허정민, 박정복, 신성민, 이현욱, 안세호, 김보정 등 신선한 매력을 발산할 배우들이 새롭게 참여한다. 이들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유도-복싱-배드민턴 등 각종 스포츠 경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야 하는 만큼, 수개월 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했다.
이재준 연출은 "배우들이 장면을 소화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참고 고통을 이겨냈는지에 따라 작품의 미흡한 점이 보완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며 "항상 감사하고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혀를 내둘렀다. 특히 경찬 역을 맡은 허정민은 "분명 도망치거나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안 도망치고 남아 있어 스스로가 기특하다"며 힘겨운 연습 과정을 견뎌낸 자신을 셀프 칭찬했다.
박정복은 "경찬 역할을 연기하면서 내가 10대 때 어떻게 지냈고, 지금은 어떤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더 행복해졌다"고 이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경찬은 이 작품의 박경찬 작가의 실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박경찬 작가는 "방황하는 경찬이가 친구들로부터 배우고 성장해가는 작품"이라며 "보는 분들이 따뜻함을 느끼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청소년기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대학로에 돌아온 '유도소년'은 5월 14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