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탄핵 카드’ 내민 야당, 득 될까 독 될까
입력 2017.02.28 06:30
수정 2017.02.28 07:13
"다자 구도 문재인에 유리? 실현 가능성부터 낮아"
"정치적 부담도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이 27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불허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의 공조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권 일각에선 향후 선거 국면에서 ‘유리한 구도’를 형성케 될 거라며 벌써부터 기대감을 내비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탄핵이 곧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도를 열어줄 거란 전망에서다. 반면 탄핵 성사가 실현되기도 어렵거니와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며 괜한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일단 국회의 탄핵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즉 299명 중 100명 이상이 발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151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신분은 권한대행이지만, 탄핵은 국무총리 신분으로 진행된다.
이날 바른정당(32석)이 탄핵 공동 추진에 불참키로 결정했지만, 의결은 충분히 가능하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의 의석만 해도 166석으로 과반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만약 국무총리가 탄핵되면, 헌법 71조에 따라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는다.
국무총리 탄핵에 가장 적극적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규탄대회’를 열고 "황교안 대행의 자진사퇴와 특검 연장거부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엔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대거로 참석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 핵심관계자는 “황교안은 탄핵이 되면 오히려 반길 거다. 정국 안 돌보고 출마한다는 비판 받을 일 없이, 마음 놓고 자연히 출마할 수 있다”면서 “보수 진영에선 야당에 두들겨 맞은 희생자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렇게 되면 다자 구도가 확실히 만들어진다. 안철수가 아무리 비문(비 문재인)이라 해도 황교안과 손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야당의 국무총리 탄핵 촉구로 인해 보수 결집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보수 쪽으로 움직인다고 해봐야 기존 ‘20 대 80’이 ‘30 대 70’ 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서는 잃을 게 하나도 없다. 다자 구도가 되면 비문 연대도 더 이상 뭉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상 양자·다자 구도에서 모두 1위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선 황 대행의 출마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본회의 개회부터 어려워…정치적 부담도 감내해야“
반면 회의적 시각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이 빠진 채로 황 대행 탄핵을 추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황 권한대행까지 직무가 정지되면, 국회의 인준 절차도 거치지 않은 유 부총리가 기존의 기획재정부 장관 겸 대통령·국무총리 대행까지 전부 도맡아야 한다.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유 총리가 정국혼란을 수습할 리도 만무하다.
익명을 요청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야한다"며 "지금도 권한대행 체제인데 총리가 탄핵되면 경제부총리한테 다 맡겨지는 거 아닌가. 그런 정치적 부담을 야당이 견뎌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더 높은 벽은 따로 있다. 탄핵안을 발의해도 이를 표결에 부치기 위해선 3월 임시 국회 소집과 본회의 개최가 선행돼야 한다. 탄핵안을 △발의하고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투표가 이뤄지려면 본회의가 최소 2차례는 열려야 하는데,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남은 본회의는 내달 2일뿐이다. 즉, 자유한국당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과 의사일정 합의가 안 되면 탄핵 일정도 잡을 수가 없다"며 "도처에 암초들이 있어서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선진화법 때문에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된다. 4당 체제에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절대 다수를 확보한 당은 없기 때문에 3당이 합의해서 처리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 같다"며 선진화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황교안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본인부터 표의 확장성이 없거니와 정말 정치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특검 기한을 연장했을 것”이라며 “바른정당도 발을 뺀 상태에서 야당이 황교안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 정치적 실효성이나 의미가 없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