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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가 EPL에 영국인 감독이 없다고?

김윤일 기자
입력 2016.12.19 09:22
수정 2016.12.19 09:22

전술 색채 물론 성적에서도 영 신통치 않아

대표팀에서도 영국인 고집하다 큰 망신

EPL 챔스 진출 팀 감독들. 영국인 단 4명이다. ⓒ 데일리안/게티이미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역대급 명장들이 대거 합류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하지만 기현상 하나가 있다. 상위권 팀에는 영국 출신이 감독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축구 종가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이야기다.

첼시의 11연승과 함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콘테 감독은 시즌 초반 수비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쓰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사장된 전술이라 불리는 ‘쓰리백 시스템’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러나 콘테 감독은 윙백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며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섰고, 첼시 앞을 막아설 팀은 없었다. 획기적이며 실험적인 전술에 축구팬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전술 연구가’로 대변되는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감독은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매 경기 자신이 골몰히 연구해온 전술을 시험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맨시티의 경기력은 변화무쌍하다. 11승 3무 3패(2위)의 성적이 말해주듯 화려한 스쿼드에 완벽히 정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체제가 막을 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데이빗 모예스(스코틀랜드), 루이스 판 할(네덜란드)을 거쳐 조제 무리뉴(포르투갈)를 품었다. 아스날은 20년 넘게 프랑스 출신인 아르센 벵거가 이끌고 있으며, 압박 전술의 옷을 입은 토트넘도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이끌고 있다.

최근 10년간 EPL 내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만 살펴봐도 영국 출신 감독들의 실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7-08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꿈의 무대’에 나선 클럽은 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날, 리버풀, 토트넘, 레스터 시티 등 모두 7개. 같은 기간, 이들 팀에 몸담아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해본 영국인 감독은 고작 4명이다. 알렉스 퍼거슨, 데이빗 모예스(이상 맨유, 스코틀랜드), 브랜든 로저스(리버풀, 북아일랜드), 해리 레드납(잉글랜드, 토트넘)이 그들이다.

지난 시즌 순위만 살펴봐도 영국인 감독의 실종은 더욱 두드러진다. 우승팀 레스터 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이탈리아 출신이며, 영국인이 지휘봉을 잡아 가장 높은 순위는 9위를 기록한 스토크 시티의 마크 휴즈 감독이었다.

또한 올 시즌 EPL 20개 팀 중 영국인이 사령탑으로 올라있는 팀은 본머스(에디 하우), 번리(션 디쉬), 크리스탈 팰리스(앨런 파듀), 헐 시티(마이크 펠란), 스토크 시티(마크 휴즈), 선덜랜드(데이빗 모예스), 웨스트브롬위치(토니 퓰리스) 등 7개뿐이다. 즉,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EPL 상위권 팀들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영국 출신 감독을 기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할 색깔 없이 성적에서도 신통치 않은 영국인 감독이 외면받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변화가 시급하지만 축구 종가는 여전히 보수적인 색을 드러내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대표적인 예다. FA는 지난 7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을 제외한 모든 후보군을 영국 출신으로 선정했고, 샘 앨러다이스를 골랐다. 결과는 위장취재 후폭풍으로 인한 사임이었다. 더욱 충격은 앨러다이스가 잉글랜드 축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누워서 침 뱉기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 이후로 우승 경험이 없다. 유럽선수권대회(유로)는 아예 정상에 서보지도 못했다. UEFA 계수에서 대표팀과 자국 내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점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011-12시즌 첼시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엄청난 자금이 몰린 일부 팀들은 소위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쓸어 모으며 전력을 극대화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우물 안 개구리다. 잦은 감독 교체로 팀의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무대에서의 부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레스터 시티의 사례를 보더라도 돈이 아닌 개성 있는 전술이라면 하향평준화된 리그에서 얼마든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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