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대 경선…수면에선 정우택, 물밑에선 나경원 유리
입력 2016.12.15 18:25
수정 2016.12.16 00:58
탄핵안 표결 당시 비박 찬성표, 친박 반대표보다 우세
친박 '혁통연합' 출범식에서 지지세 일부 거품 조짐
새누리당의 끊이지 않는 계파 전쟁이 16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각각 정우택 의원(4선)과 나경원 의원(4선)을 원내대표 후보로, 이현재 의원(재선)과 김세연 의원(3선)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해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친박 대 비박', '충청·경기 대 서울·PK' 구도, 판세는 백중세?
원내대표 경선은 당 소속 의원들이 유권자여서 여의도 밖에서 들리는 국민들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광화문 촛불민심 등에 비춰보면 친박 후보보다는 비박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당내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다른 요인들이 작용해서 이번 경선은 백중세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어느 쪽이 설득력 있는 논리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부동층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가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친박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정권 탄생에 대한 책임감과 대통령에 대한 신의 등을 내세워 '당을 함께 재건하자'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경제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비박 후보들은 친박 측을 향해 탄핵정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출마 명분부터 우위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당 지지도 3위로 추락한 당의 위상을 회복하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인적청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유력한 대권주자를 보수정당의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선 재창당 수준의 당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비주류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언론 분석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친박 주류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62명이 속해 있다. 그에 비해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에 참가했던 의원은 40여명 정도 되며 중립지대에는 20여명이 추산된다. 얼핏 보면 친박 후보들에게 유리한 여건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에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가 나왔다. 찬성표 234표 중 새누리당 표가 62표 정도로 분석됐다. 비주류와 중립지대 의원들로 구성된 62표는 친박 중심의 반대 56표보다 더 많은 숫자다. 중립지대 20여명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박과 차별화한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최근 '혁통연합' 출범식에도 당초 예상과 달리 현역 의원이 겨우 37명 밖에 참석하지 않아 친박 62명의 일부는 막판에 이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때문에 최종 승부에선 '나경원·김세연' 조가 의외로 더 많은 지지세를 규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비박계가 당선돼야 당의 변화를 국민들에게 예고할 수 있고 실제로 환골탈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중립지대 표심을 자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게다가 친박조인 이현재 의원이 경기 하남지역 위례 열병합 발전소 건설과 관련 발전소 전기공사 업체 측에 부정청탁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도 이번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선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향후 모습은 서로 어긋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만일 '정우택·이현재' 조가 승리하게 되면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한 대다수의 비박계가 탈당을 선택하며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에 '나경원·김세연' 조가 이긴다면 탈당 행렬은 당장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후 선출될 비상대책위원장을 놓고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친박 진영에서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모두 비박 진영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장의 강수(強手)를 동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익명의 정치평론가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이 이기든 비박이 이기든 계파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떠나서 이번 경선 이후 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거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