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한 달…분양시장에 몰아친 ‘3角 한파'
입력 2016.12.05 07:05
수정 2016.12.05 08:48
투기수요 억제 11·3대책…견본주택 방문객 및 청약 경쟁률 급감
11월 서울 분양권 거래 전월비 26.1% 줄어 '시장 위축 확산'
투기수요 억제 11·3대책…견본주택 방문객 및 청약 경쟁률 급감
기존 분양권 및 매매량도 연달아 줄어들어 '주택 시장 위축 확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이 시행된지 한 달 만에 그간 과열 분양시장 곳곳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말마다 수만여명이 운집하던 견본주택 방문객 수요가 줄어들고 이와 함께 청약 경쟁률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의 의도대로 과열 양상이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주택 구매 심리 위축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효과 조짐도 나타났다.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울의 경우 분양권 거래량이 급감하고, 기존 아파트 매매량도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과 1순위 자격 및 재당첨 제한 강화 등을 담고 있는 ‘1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는 방문객들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한신 18차·24차 재건축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견본주택에는 주말 3일간 7000여명 방문에 그쳤다. 이는 앞서 규제 시행 전 지난 9월 잠원동 신반포5차 재건축 ‘아크로 리버뷰'에 1만명, 이어 10월 반포동 삼호가든4차 재건축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에 3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특히 해당 단지는 올해 서울 강남권 마지막 분양 물량으로 주목 받았지만 대책의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 관계자는 “가족단위의 실수요자 방문객 있었다”면서 “방문객들의 주요 상담내용은 청약자격요건 및 중도금 대출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11·3대책’ 규제 지역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2차’ 견본주택에는 3일간 1만2000여명의 내방객이, 세종시 1-1생활권 ‘세종 힐데스하임 2차’에는 2만8000여만이 다녀가는 등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수요를 보였다.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은 내년 잔금대출 규제도 피하면서 이전과 비슷한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 광주시 태전지구 ‘태전파크자이’ 견본주택에는 약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인천 연수구 동춘동 ‘연수파크자이’에는 1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에도 2만여명이 운집했다.
분양시장 냉각에 내년 금융 규제까지 겹쳐 시장 전반적인 위축
규제 지역의 분양 시장 냉각은 청약 경쟁률 급감으로 이어졌다. 대책 시행 이후 첫 1순위 접수가 있었던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그랑자이’, 송파구 ‘잠실올림픽 아이파크’의 청약에서 각각 32대 1, 34대 1 경쟁률에 그쳤다.
불과 한달 전 마포구의 ‘신촌숲 아이파크’의 1순위 평균 경쟁률 74대 1, 용산구 ‘용산롯데캐슬포레’의 156대 1과 비교하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것.
가까스로 순위내 마감에 그치거나 한자릿수 경쟁률도 속출했다. 서대문구 '연희 파크 푸르지오'는 30일 1순위에서 미달돼 다음날인 1일 2순위에서 가까스로 평균 4.78대 1로 마감했다. 지난 2일 1순위로 청약을 마감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는 평균경쟁률 5대 1 기록에 그쳤다.
이처럼 분양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이 아파트 잔금대출 규제까지 나서는 등 규제가 심화되면서 아예 주택 시장 전반적인 위축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의 경우 지난달 분양권 거래 및 기존 아파트 매매도 확연히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1월 서울 전체 분양권 거래량은 446건으로 전월(604건)보다 26.1% 급감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는 강남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모두 거래량이 줄었고, 11·3대책 풍선효과를 기대했던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영등포구도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같은 기간 기존 아파트 매매량도 1만1130건으로 전월(1만3012건)보다 14%(1882건)이 감소했다. 통상 부동산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9~10월 가을 성수기 물량이 지난달 거래량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실제 거래량은 더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 분양하는 단지부터 잔금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데다 입주물량 폭탄에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인기 지역의 연말 막차 분양 수요만 ‘반짝’하고, 한동안 부동산 시장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내년부터 잔금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투자수요도 빠지고,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까지 관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기에 그동안 밀어내기로 향후 2~3년간 입주 물량도 쏟아지는 만큼 지역에 따라선 미분양 증가가 나타나고, ‘역전세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