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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김철홍 교수 "국정 교과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방점"

권혁식 정치부장, 이선민 기자
입력 2016.12.03 05:57
수정 2016.12.03 13:04

김철홍 장신대 교수…"일반 국민 상식에 가장 부합하는 교과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비상수단…지금은 과도기적으로 필요”

김철홍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철홍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인터뷰 일문일답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온 이후 국정화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부터 교과서 내용까지 치열하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데일리안’은 김철홍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를 만나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를 졸업했고 지난 2015년에는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 보수아이콘 세 지성의 역사 전쟁 긴급 발언‘이라는 책을 편찬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교수는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표시를 해 둔 국정 역사교과서와 기존 검인정 역사교과서 세 권을 꺼냈다. 구체적인 설명을 할 때는 하나하나 비교 분석한 것을 짚어 보이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일반 국민의 상식에 가장 부합하는 교과서”

-국정 역사교과서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작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발표 이후에 장신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님들이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때 제가 그것을 정면 비판하는 글을 써서 SNS 등에 화제가 됐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본 소감은 어땠나?
“이 교과서로 시험을 쳐야할 학생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분량이 20% 정도 줄었고 암기할 분량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기존에 독립운동사가 굉장히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이었는데, 국정교과서는 이를 좌파와 우파의 독립운동으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학생들에게 직접 고르라고 한다면 장담하건대 국정교과서를 고를 것이다
또 지금 이슈가 되는 근현대사 부분은 일반 국민의 보편적 역사이해에 가장 근접하게 만들어졌다. 학부모들이 직접 읽어보면 국민들의 상식적인 역사관에 가장 부합하는 교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분량은 줄었지만 내용이 나열식이라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도 있더라.
“이 교과서는 학생들의 수업교재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이 배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이후에 나올 교사 지침서에 수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

-특이한 이력이 있더라. 과거 사회주의 공부를 했다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다니면서 사회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학생운동을 했다. 당시 민주화 세력에는 이념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혼재했고, 그 이념 논쟁이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교과서 문제로 터졌다고 생각한다. 검인정교과서를 읽어보니 제가 당시 학습한 유물사관, 사회주의 이행론에 기초한 내용이 녹아있더라.”

-그런 예시가 있나?
“남한과 북한의 토지개혁을 기술해둔 부분에서 그런 것을 읽을 수 있다. 금성교과서는 373쪽에 ‘북한에서는 1946년 3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친일파의 토지를 몰수하여 무상 분배했다. 이는 사회주의 세력이 북한주민의 지지를 얻는 데 일조했다’고 쓰고 있다. 이렇게 보면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는 당시 사적소유를 인정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인정하고 유상분배한 남한과 비교해서 마치 북한의 개혁이 더 우월하고 근본적인 개혁이었던 것처럼 생각할 여지가 있다. 북한은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아 국가가 땅을 모두 몰수했고, 토지의 경작권만 나눠줬다는 것을 서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국정 역사교과서는 같은 내용을 기술하면서 ‘그러나 북한의 농민들은 매년 생산량의 25%를 농업현물세로 납부해야 했고…실제로는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경작권만 받은 것에 불과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검인정교과서가 유물사관에 기초했다는 뜻인가?
“전태일 분신사건이라든가 60~70년대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전개를 보면 그런 것을 읽을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공산주의 시각을 가진 적이 있는 나는 그런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차이가 오는 것인가?
“6.25 전쟁을 예로 들어보자. 검인정교과서는 이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말하고 있다. 6.25 전쟁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충돌로 보느냐 민족 간의 갈등으로 보느냐는 큰 차이다. 해방 이후 김구 선생과 이승만을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김구 선생은 완벽한 통일에 우선적 가치를 뒀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뒀다. 우리가 제일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검인정교과서는 통일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그래서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나 통일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민족주의적인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기술했다.”

“이승만 정읍발언은 넣어야…역사에서 평가받으면 될 일”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19년은 씨앗을 뿌린 것이 싹이 돋은 해이고 1948년은 잘 자란 나무에서 열매가 맺힌 해라고 생각한다.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제정한 헌법에 보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민주공화국이며 국민은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당시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이었다. 1948년에 정부를 수립할 때 그것을 기초로 해서 완성했다. 지금 굉장히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건국이든 정부 수립이든 국가 수립이든 크게 보면 모두 같은 입장이다. 표현의 차이이고,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공개된 것은 현장검토본이고, 오는 12월 12일 토론회 등에서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합의하면 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정읍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국정교과서에 이승만의 ‘정읍발언’이 빠졌다. 검인정교과서에는 ‘1946년 6월 3일 우리는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치 않게 되었다. 우리는 남한만이라도 임시정부 또는 위원회를 조직하여 38도선 이북에서 소련이 물러나도록…’이라는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서는 ‘남한만이라도’라는 말이 빠졌다. 이렇게 피해가면 안된다. 당시 이승만의 판단이 실수였는지 정확했는지를 학생들이 토론하도록 해야 한다. 저는 당시 이승만이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시 통일정부 구성이 힘들었던 상황과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립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정당하게 평가하면 될 일이지 피해갈 필요가 없다.”

-이외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제주 4.3 사건 같은 경우에, 검인정교과서보다 축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분들은 왜 이렇게 축소되었냐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좀 더 내용이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비상수단…과도기적으로 필요해”

-잘 만든 부분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가장 큰 강점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로 잘 묘사한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 처음부터 모두 잘할 수는 없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의 민주사회를 이룬 것은 스스로 세계에 자랑스럽게 생각할 사안이다. 이번에 국정교과서가 그것을 잘 조명했다.”

-3년 전 유엔이 제 68차 총회에서 단일 역사교과서 채택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는데?
“저도 자유주의자다. 국가가 가능하면 이런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검인정교과서들이 법원에서 수정명령을 내린 것을 일부만 수정하고 일부는 불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한 비상수단으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작한 것이다. 영원히 국정교과서를 사용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과도기적으로 이 교과서를 좀 써보고 이 내용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 지금 역사학계는 다양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자마자 퇴출운동하지 않았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다보니 지금 교육 체제의 위기를 맞았다. 비상수단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학부모님들도 이번 교과서를 잘 검토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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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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