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해제’ 김재환, 싸늘 여론 달래줄 적기
입력 2016.11.23 14:44
수정 2016.11.24 15:42
김재환, 지난해 김현수 공백 지울만한 대활약
과거 금지약물 징계로 선수 생활 내내 꼬리표
두산 4번타자 김재환.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타격기계' 김현수의 공백을 쉽게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만다. 지난해 7홈런 OPS 0.760에 그쳤던 김재환이 리그 정상급 타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재환이 보여준 놀라운 활약은 김현수의 공백을 말끔히 지웠고 두산의 2년 연속 우승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김재환은 자신의 첫 풀타임 시즌에서 134경기에 출장,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 8도루 OPS 1.1035를 기록하며 4번 타자로서 모자람 없는 성적을 거뒀다. 2015시즌 김현수가 기록한 타율 0.326 28홈런 121타점 11도루 OPS 0.979 이상의 성적표다.
2016 김재환과 2015 김현수의 기록 비교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지난해 김현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6.13(야구기록실 KBReport.com 기준)으로 두산 타자들 중 가장 높았다. KBO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는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올 시즌 김재환은 지난해 김현수에 비하면 약간 낮은 WAR 5.92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KBO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wOBA(가중출루율, 타자의 출루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비율을 나타낸 지표)에서도 김재환은 0.442를 기록하며 규정 타석을 소화한 전체 타자들 중 5위에 올랐고, 김현수는 0.421로 전년도 전체 7위에 오른 바 있다. 역시나 두 선수 모두 팀 내에서 가장 높은 wOBA를 기록했지만 순위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wRAA는 wOBA를 기반으로 산출한 리그 평균 대비 득점생산을 나타내는 지표다. 당해 리그의 평균 선수에 비해 얼마나 더 득점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김현수는 지난해 리그 평균보다 43.13점의 득점을 기여했고 김재환은 올해 리그 평균보다 41.67점 더 기여했다. 다양한 부분에서 작년의 김현수와 비슷하거나 우위인 기록을 만들어내며 화려한 시즌을 만끽했다.
물론 김재환의 선수생활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2008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김재환은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시즌인 2008년 14경기 출장에 그친 그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상무에서 병역을 마쳤지만 삼성 출신 포수 이정식에게 밀려 실전경험을 쌓지 못했다. 타격 재능만큼은 최주환, 이두환과 함께 팀 내에서 손가락에 꼽혔지만 포수로서 부족한 수비력 때문에 제대 이후에도 양의지에 밀려 주전 포수를 차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문제의 2011년, 그의 야구 인생 내내 따라다닐 사건이 발생한다.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된 김재환은 9월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목록 중 하나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1-테스토스테론 대사체(Metabolite of 1-Testosterone)’ 검출로 양성반응 판정을 받게 된다.
당시 KBO는 도핑금지규정 제6조에 따라 김재환에게 2012시즌 1군 1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했다. 당시 두산 감독이던 김진욱 감독은 무기한 팀훈련 참가 금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리기도 했지만 4개월 만에 철회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1루수로 포지션을 전환하면서 오재일과 함께 주전 1루수 후보로 주목받기도 했던 김재환은 정확도에 문제를 보인 탓인지 후반기 이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재환은 올해 좌익수로 포지션 전환하여 김현수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을 맡게 되면 타격에도 영향을 받아 부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재환은 좌익수로 맞는 첫 시즌에서 폭발적인 타격 능력을 보이며 두산이 애타게 찾던 4번타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두산 토종 거포들의 단일시즌 기록 비교 (기록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김재환은 올해 37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김동주 은퇴 이후 두산 토종 거포 계보를 잇는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과거 금지 약물 적발 이력으로 인해 시즌 내내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김재환은 KBO 규정에 의한 징계를 모두 받았지만 지난 2012년 모 매체와의 인터뷰서 내뱉은 “봉인이 해제됐어요”라는 발언이 계속 회자되며 팬들의 공분을 사게 된다.
다음 시즌, 김재환에 대한 관심은 올해 이상으로 뜨거울 전망이다.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이든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꼬리표는 영원히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지약물 복용 과오를 실력으로 속죄하겠다는 식의 모순적인 발언은 더더욱 야구팬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침묵하고 회피한다면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된다.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지금이야 말로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적극적으로 마주설 수 있는 적기다. '봉인해제'로 대표되는 과거 경솔한 행동과 발언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왜 위험한지, 김재환 본인이 직접 알린다면 그를 향한 야구팬들의 싸늘한 시선에도 조금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글: 김호연/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