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트럼프, 최순실에 밀린 한반도 안보 어쩌나
입력 2016.11.10 09:32
수정 2016.11.10 09:38
'안보 무임승차론' 펼치며 방위 분담금 대폭 증액 시사
미 뜻 미반영시 주한 미군 철수…'한미동맹' 기조는 유지될 듯
차기 미국 대통령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각) 당선되면서 한반도의 외교·안보 분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신(新) 고립주의’를 주창한다. 재정 여력이 없는 만큼 ‘글로벌 리더’ 또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한 미군 주둔 문제와 북핵에 대한 새 정권 기조다.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동맹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론’, 극단적으로는 ‘동맹의 미국 착취론’을 제기해 왔다. 트럼프는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고 각종 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의 뜻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한 상태다.
현재 주한미군 총 주둔 비용은 2조 원가량으로 추산되는 데, 한국은 여기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9320억 원을 부담했으며, 이는 방위비 분담금을 공식적으로 처음 낸 1991년(1073억 원)보다 약 9배 증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 “50%라고?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이 스스로 핵무장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바 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트럼프 공약 내용을 봤을 때 종전과 같이 방위 분담금 비율이나 미국에 의지하는 사고를 하다가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춘흠 상하이외국어대 석좌교수도 본보에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무임승차’를 강조하면서 더욱 더 방위비 부담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입장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또 “북핵 위협은 중국이 다뤄야 한다” 등 미국의 책임론을 면피하기 위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통해 북한이 적대 국가들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을 거라는 피해망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일관적인 입장 탓에 우리 정부에게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어긋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영호 강원대 교수는 본보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취임 후 입장은 또 변하겠지만 한국에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동맹은 일방적 이익이 아닌 상호 이익 차원의 문제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동맹은 공고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의 강경한 한반도 정책 기조는 자국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선거용 전략이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도 내년 6~8월까지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결정을 번복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한미동맹안에 기본적인 틀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아무리 고립주의로 변하더라도 그것은 선거용이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서 당선됐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는 트럼프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동맹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송 소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소장은 “이번 미국 대선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예측 자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비책도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전략팀을 짜서 빨리 대처하고,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공통된 입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누가 되더라도 한미동맹 중시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다만 트럼프의 이번 선거 과정에서의 언급들은 인수위 과정 걸쳐 신 행정부가 수립될 때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밀히 분석하고 미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며 “동북아 평화 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