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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낭만가도' 속초의 해안절경을 달리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6.10.23 07:49
수정 2016.11.21 10:57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셋째날>

남애항~죽도정~아바이마을~족욕공원

우리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나는 공직에서 33년을 근무하다 2015년 6월 말에 정년퇴직을 했고, 사랑하는 아내 박경희는 2014년 연말에 공로연수에 들어가 2015년 12월에 35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였다. 참 오랜 기간 동안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모두 정년퇴직한 것은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앞두고 ‘30년 이상 남은 긴 여생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막막할 뿐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을 하다가 아직도 생각에 청춘 같은데 집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처럼 등산 등 취미생활을 하며 무료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직장생활 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는데다 머리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해서 전국 여행을 하면서 퇴직 후 할 일을 생각해 보기로 하고 전국 일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주요 여행지 중 우리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8절지 크기의 전국지도에 체크한 후 2015년 7월 7일부터 8월 5일간 한 달 동안 동해 최북단인 고성에서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으로 돌면서 관광을 한데 이어, 그해 겨울인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일까지 25일 동안에는 제주도에 살면서 관광을 하였다.

퇴직 후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55일 동안 자동차를 직접 몰고 8761km 달리며 남한의 대부분을 돌아보았다. 우리 부부가 전국을 관광한 목적은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여유를 즐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퇴직 후 30∼40년간의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55일간의 여행은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과 마주한 시간들이었으며, 인생에 있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여행 기간 동안 말다툼 한번 해 보지 않고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여행을 즐겼다.< 필자 주 >


양양군 현남면 죽도 정상부근에 있는 ‘죽도정’이라는 정자.ⓒ조남대

아침 10시에 양양수련원을 체크아웃하고 남애항으로 갔다. 강원도의 3대 미항 중 하나란다. 다른 항구와 별 차이는 없어 보이나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죽도는 양양군 현남면에 있는 높이 53m로 송죽이 울창하여 죽도라 부르고 정상에 있는 정자는 죽도정이다. 죽도는 과거에는 섬이었다고 전하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계단을 따라 정자까지 올라가 보니 전망이 좋다.

정자는 수리 중이라 입구에서만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남애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길고 깨끗한데 가끔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이 있을 뿐 아직 한산하다.

관광을 마치고 속초로 이동하여 대포항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외옹치항은 대포항에 비해 조그마하고 조용한 항구다. 다음에 올 때는 대포항 보다는 외옹치항이 더 좋을 것 같다. 대포항은 완전 관광지가 되어 큰 호텔을 짓고 있는 등 복잡한 분위기 인데 비해 외옹치항은 깨끗하면도 좀 여유가 있어 보여서 좋다.

점심때쯤 아바이순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함경도 사람들이 6·25 때 정착한 마을로서 아주 옛날 60년대 시골동네 같은 분위기다. 좁은 골목길에 조그만 집들이 순대 마을로 특화되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 아줌마가 친절한 북청아바이순대집에 들어가 아바이 오징어순대 모듬과 옥수수 막걸리 한 병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얼큰한 기분으로 순대집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가져본다.

순대마을 옆에 있는 갯배는 바로 앞 20여m 바다를 건너는데 2분정도 걸리며, 요금은 200원이다.ⓒ조남대

순대마을 바로 옆에는 갯배 선착장이 있다. 갯배는 20m정도 되는 바다를 2분 정도면 건너가는데, 건너편에 쇠줄을 연결하여 사람이 쇠꼬챙이를 쇠줄에 걸어 당겨 사람과 자전거 등을 실어 나르는 배로 뱃삯으로 200원을 받는다. 푼돈 같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모이면 큰돈이 될 것 같다. 갯배를 탄 사람들에게 당겨보라고 하여 나도 당겨보았는데 쉽게 움직인다.

순대로 점심을 먹은 다음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영금정과 해돋이 전망대를 구경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비롯하여 조선시대 문헌에는 이곳 일대를 비선대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말기에 속초항 개발로 파괴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바로 옆에 있는 속초 등대는 32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힘들게 올라갔더니 속초 시내와 동해 앞바다가 훤하게 다 보인다.

속초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속초등대 옆 전망대에서 갈매기 조형물과 같은 포즈를 취한 작가.ⓒ조남대
속초 동명동 바닷가에 있는 ‘영금정’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 들리는 신비한 음곡(音曲)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단다.ⓒ조남대
척산온천지구에 있는 족욕공원에서 족욕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는 작가 부부.ⓒ조남대

경희는 갈매기 날개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날아가는 포즈를 취해 본다. 그리고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에서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을 잇는 동해안의 빼어난 해안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한국의 ‘낭만가도’라고 한단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척산온천지구에 있는 족욕공원으로 갔다. 수건대여료로 1,000원만 받고 족욕을 하였는데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꽤 높았다.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있으니 전신에 열기가 올라오는 등 건강에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찾는 사람도 꽤 많다.

6시경에 족욕을 마치고 차 수리가 7시에 마무리된다고 하여 렌터카를 반납하고 찾아갔으나 수리 과정에 조금 잘못이 있어 8시 반이 되어서야 완료되어 수리비를 지불하고, 기억 오토 사장님이 추천한 속초에서 줄을 한참 서야 살 수 있다는 ‘만석닭강정’에 갔더니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금방 구입하여 강릉으로 출발했지만 10시가 넘어서야 정동진에 있는 모텔에 입실할 수 있었다.

모텔은 바로 바닷가에 있어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다가 보이는 방이지만 캄캄한 밤이라 바다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경희가 다음날 일정을 정하고 아침 5시 9분에 떠오른다는 일출을 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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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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