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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73m에서 전기톱 소음...추모일은 덜할까

김태훈 기자
입력 2016.10.11 13:29
수정 2016.10.11 13:29

경기 당일 이란 최대추모일 '타슈아' 아자디 함성 없나

고지대에서의 전기톱 소음...개의치 않고 목표만 봐야

한국-이란전 앞둔 아자디 스타디움. ⓒ 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가장 험난한 곳에 다다랐다.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이란(FIFA랭킹 37위)과의 한판이다. 그것도 고지대와 8만여 관중의 함성으로 뒤덮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원정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킥오프하는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이란은 현재 조 1위(2승1무·승점7)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골득실에 뒤진 2위다.

이란을 잡으면 조 1위로 뛰어 오를 수 있지만, 자칫 패하면 조 3위로 떨어질 수 있다. 무난했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시선이 예전 같지 않은 시점에 이란전에서도 진다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최종예선 내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다. 하지만 승리는커녕 무승부도 쉽지 않은 곳이 ‘원정팀의 무덤’ 아지디 스타디움이다.

한국의 A대표팀은 지난 42년 동안 이란 원정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6경기에서 9실점 3득점이다. 골을 터뜨린 선수도 2명뿐이다. 박지성이 골을 넣었던 2009년에도 승리는 하지 못했다. 박지성 이후로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선수도 없다. 역대전적 9승7무12패지만 이란 원정에서는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최근 열린 3번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0-1로 졌다.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이란의 전력도 전력이지만 아자디 스타디움 환경 자체도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왔다.

리오넬 메시도 힘들어하는 고지대다. 해발 1273m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은 산소가 부족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른다. 격렬한 A매치를 치르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체력 고갈의 속도가 빠르고, 후반 들어서는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제로 한국-이란의 6번 맞대결 모두 후반에 골이 터졌다.

이는 아자디 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는 이란 대표팀에도 적용되는 조건이다.

이란 관줄들의 함성이 있든 없든, 적어도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팀이라면 이 정도의 소음은 골로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10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다. 최근 공사로 최대 인원이 8만 명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 위력은 여전했다. 이청용도 “아자디 스타디움의 함성에 젖어 힘들 때가 많았다”고 토로한다. 아자디 스타디움에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경우 그 소음은 최대 105dB(데시벨)이라는 측정 결과도 있다. 1m 거리에서의 전기톱 소음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11일 한국-이란전이 열리는 날은 덜할 수도 있다. 경기 당일과 다음날은 이란 최대 추모일인 타슈아와 아슈라와 겹쳤기 때문이다.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스포츠 경기에 열광할 수 없는 날이다.

타슈아는 최고 종교지도자 이맘 후세인과 전사한 예언자 모하마드의 손자 압바스 이븐 알리를 추모하는 날이다. 아슈라는 시아파 이맘 후세인이 수니파 우마이야 왕조에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하고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하는 날이다. 이 기간에는 스포츠와 예술 행사들이 가급적 열리지 않는다. 이란 종교계에서는 “절대 경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당초 이란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경기 날짜 조정을 요청했지만, 방문팀인 한국의 휴식 기간이 짧아진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경기 전날까지도 시간 변경 요청을 할 정도로 이란축구협회 측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맘 후세인을 살해한 전사의 옷과 같은 색깔인 한국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응원복까지 지적할 정도다.

의상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이란내에서는 추모가 절정에 이르는 날이다 보니 특유의 함성도 수그러들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원정팀의 일방적인 응원에 대해 “어차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우리를 응원한다고 생각하고 그 분위기에 취해 뛰다보면 오히려 신이 난다”고 말했다.

전기톱 소음이 그라운드에 들어와 막는 것은 아니다. 확고한 목표로 귀를 닫고 투지를 보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함성이 있든 없든, 적어도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팀이라면 이 정도의 소음은 골로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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