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힘든데...김영란법 때문에 발목잡다니...
입력 2016.10.11 09:07
수정 2016.10.11 09:09
'취업계' 인정 여부, 학기 1/3 지났는데 공식 입장 발표한 학교 파악 안돼
학기 1/3 지났는데 공식 입장 발표한 학교 파악 안돼
이모 씨(25)는 지난해 학교를 휴학하고 인턴으로 취업했다. 6개월의 인턴과 3개월의 수습을 거치고 정식으로 취업하게 돼 학교 측에 ‘취업계’ 관련 문의를 넣었다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취업계 관행이 부정청탁에 해당하므로 복학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교육부가 대학에 학칙개정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재차 전화해도 “관련 사안을 확인했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조기취업 대학생의 학점 부여 문제가 논란이 된 가운데 많은 학교에서 학칙 개정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학기 3분의 1 시점이 지난 지금, ‘데일리안’이 직접 여러 학교 학사처에 문의한 결과 많은 학교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왔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한 학교도 있었다.
취업계는 교수의 재량으로 조기 취업한 학생의 결석을 용인하고 학점 이수가 인정되는 최저학점인 D 학점을 주는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다른 조건 없이 학점 이수를 인정하기도 하고 따로 과제를 제출받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많은 학교가 출석일수의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학점 이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취업자의 편의를 위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학생이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만큼 교육부는 조기취업 학생들의 학사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칙 개정이나 다른 방법을 통한 교육과정 이수 방안 마련 등 적극적인 조처를 요청했다.
이에 본보와의 통화에서 A 대학교는 “과목 교수와 상의한 후 수업보충 계획서 1부, 재직증명서 1부를 학교에 제출한 후 학기가 끝나고 과제 수행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면 이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B 대학교도 “수강 신청 전 과목 교수와 상의해 과제로 출석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면 그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C 대학교는 “기존에는 그냥 D 학점을 줬지만, 이제는 과제물을 내거나 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고 답했고 D 대학교는 “교수의 판단 하에 강의를 녹화한 영상을 보거나 녹음파일을 듣는 것으로 대체하도록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들 모두 방침은 정해졌으나 아직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학기에 취업계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다. 학교에서 개정한 학칙이 과제물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교수와 협의해 뒤늦게라도 학기 중에 과제물을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 수강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교수가 온라인 강의 제공을 원하지 않으면 이번 학기 졸업이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각 대학의 자율적 학칙개정을 권고하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후, 각 대학은 이 책임을 교수 재량에 넘긴 셈이다.
이에 이번 학기에 교수의 양해를 구해 졸업을 계획했던 김모 씨(27)는 “학교에서 강의의 녹화영상이나 녹음파일을 들으면 출석인정을 해준다고 들었다”며 “10월 1일자로 소급적용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미 지난 수업의 녹화영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공지사항이 뜨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교육부 측은 각 대학이 조기취업학생의 학점부여 방안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알고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파악을 시작했고, 아직 완료되지 않아서 언제 다 파악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