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여 부사관 성추행사건, 간부 은폐 정황 드러나"
입력 2016.10.10 10:50
수정 2016.10.10 10:50
<국방위>소속 대대장 "부대를 위해 그냥 넘어가라" 회유
국회 국방위원회 더민주 간사인 이 의원이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육군 3군사령부 소속 모 부대의 여성 A 하사는 간부 회식에서 부대 상급자인 남성 B 상사로부터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 B 상사는 A 하사의 손을 잡고, 어깨를 만지고, 등을 쓰다 듬으며 "너 좋아하는거 알지, 라면 먹고 2차 가자"라며 입술로 뽀뽀하는 시늉을 했고 손으로 엉덩이를 2~3회 가량 툭툭 쳤다.
A 하사는 다음날 소속 대대장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했으나 대대장은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사실을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이야기하면 A 하사한테 득 될 게 없다. 그냥 끝내라,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사과 받고 끝내는게 좋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하사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려고 하자 "잘 생각해라, 상담관한테 전화한 건 헌병대 감찰 등의 수사를 각오 하는거고 이후 책임은 너에게 있다. 부대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대대를 위해 그냥 넘어가라"며 "그 이후에 발생되는 문제는 대대장이 조치해 줄 수 없다. A 하사로 인해 회식 참석했던 인원들도 힘들어졌고 부대 분위기도 안 좋아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 하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양성평등상담관에 알렸고 상담관은 규정에 따라 육군본부 제출용 보고서를 작성, 참모장 보고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참모장 보고 자리에는 가해자인 기무보좌관 B 상사의 상관인 기무부대장이 동석하고 있었다.
이후 참모장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A 하사가 상급 부대에 보고되는 것을 원치 않고 기무보좌관 B 상사의 사과와 인사 이동을 원하니 요구사항 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사단장도 참모장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 받았지만 별도의 조치를 지시하지는 않았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의 경우 인지 즉시 육군본부에 성 폭력 사고 보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참모장과 사단장은 해당 규정과 다르게 행동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참모장은 기무보좌관 B 상사가 A 하사에게 사과한 직후 A 하사가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거나 문제 삼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쓰도록 했다. 기무부대장 또한 A 하사를 본인의 사무실에 불러 면담을 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참모장이 당초 약속한 B 상사의 인사이동은 이뤄지지 않았고 A 하사는 해당 사건을 군 헌병대에 신고해 결국 B 상사는 구속됐다. 이후 사건 보고 미비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대대장은 피해자 협박 부분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채 감봉 1개월을 처분 받았고, 양성평등상담관은 상부의 지시로 육군본부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무혐의 조치됐다. 참모장과 사단장은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군대 내 성폭력 근절 대책이 마련돼도 간부들이 피해 사실을 은폐하려 하는 폐쇄적 문화를 뿌리 뽑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며 "성 폭력 사건에 대한 신고 및 보고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성 군기 확립 대책을 근본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