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꾹’ 손연재, 안녕이라 말하지 않은 이유
입력 2016.09.18 09:03
수정 2016.09.18 09:03
성황리 끝난 갈라쇼서 현역 은퇴에 대해 함구
현역 유지할 경우 강도 높은 훈련 이어가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추석 연휴에 열린 리듬체조 갈라쇼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따낸 러시아의 마르가리타 마문과 러시아 차세대 유망주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그리고 손연재와 리우올림픽 메달을 다퉜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참가했다.
리듬체조 갈라쇼는 올해까지 6번째 공연을 치렀는데 손연재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이전의 공연과는 분명 다른 의미의 공연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경쟁’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지운 채 치른 공연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치른 리듬체조 갈라쇼 역시 경쟁을 펼치는 대회는 아니었지만 손연재의 입장에서는 함께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과 가까이는 월드컵, 멀리는 올림픽에서의 경쟁이라는 과제를 안고 치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손연재 스스로 선수생활의 종착지로 여겨지던 리우 올림픽을 마친 상황에서 치른 갈라쇼라 잠재적 경쟁의식마저 내려놓고 펼친 공연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번 갈라쇼에서 손연재가 펼치는 연기에서 편안함과 여유가 엿보였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손연재가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손연재는 스스로 설정해 놓은 선수생활의 종착지인 리우 올림픽에서 목표했던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은 물론 아시아 리듬체조 사상 최고의 성적인 4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었다. 이제 더 이상 손연재의 연기를 국내외 대회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신분은 엄연한 ‘현역 선수’다.
때문에 손연재가 정식으로 은퇴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그녀가 마음을 먹기에 따라 각종 대회에 다시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당연히 이번 갈라쇼를 앞두고 거취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손연재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우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도쿄올림픽 출전 여부를 많이들 물어봤다. 그때도 모르겠다고 답했다”며 “리우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한 것은 맞다. 갈라쇼가 끝난 뒤 재충전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생각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며 은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실제로 리우 올림픽 직후 손연재는 당장이라도 현역 은퇴를 선언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리듬체조 갈라쇼를 앞둔 시점에서 공연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은퇴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수 있다.
또 리우 올림픽 직후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체조계나 주변으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선수생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 리듬체조는 손연재의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는 재목이 여럿 있지만 당장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다툴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손연재가 현역 선수로서 남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상업적 활동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엔터테이너로서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지에 대한 고려도 포함되었다고 봐야 한다.
손연재의 나이가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라고는 하나 국제적 추세로 볼 때 세계 최정상의 위치에서 활약하기에 많은 나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문제는 손연재가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이상 성적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훈련과 체중 조절도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하고 당연히 고질적인 부상과의 싸움도 이어가야 한다.
손연재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결심이 필요한 일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기대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휴식과 재충전을 마친 손연재가 예상대로 은퇴를 선언할지 아니면 현역 선수로서의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포함한 다른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