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엇갈리는 여당 투톱, 다시 계파 대리전?
입력 2016.08.25 21:34
수정 2016.08.25 21:40
총선 앞두고 부딪혔던 투톱에 선거 참패한 쓰라린 경험
대선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 균열 시 승리 장담 못 해

새누리당의 '투톱',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의견 분열이 심상치 않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이들은 여러 부분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어 지도부 내 계파 대리전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받고 있다. 이는 마치 김무성 전 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던 '투톱'은 25일 야당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균열의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지금 몇 가지 현안이 야당의 발목잡기로 진전이 못 되고 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치를 하자고 야당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소야대의 3당 구조임을 감안해 국정파트너인 야당 대한 협조 노력에 더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을 정부측 입장을 충분히 대변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약간 다른 시선을 나타냈다. 그는 "야당도 국정 파트너이다. 야당이 불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며 "더욱더 야당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에 성의있게 나서주길 부탁드린다, 원내 관련 책임자로서 부탁을 드린다"고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이는 정부를 향해 야당과의 협치에 힘 써달라고 요구한 뜻이었지만 정황상 이 대표의 발언에 정면으로 배치돼 '투톱'의 균열이 점차 심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의 균열은 우 수석 거취 문제 때부터 불거졌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두 사람은 고위공직자이지만 국민입장에선 하찮은 존재.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임명권자에게만 잘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교만"이라고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을 유지해왔다.
그러자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주호영, 나경원 등 중진급 의원들은 우 수석 거취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지도부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이 대표는 "(여당은) 정부와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협조 공조 체제를 유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 보이는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심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인사 문제 등 전반적인 당무를 다루는 당대표와 입법 문제와 같이 주로 원내 일을 담당하는 원내대표는 한 당을 이끄는 대표적 리더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엔 당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당대표와 의원들의 투표로 뽑히는 원내대표가 거의 동일한 선상에서 당을 이끈다.
이런 구도에서 보여지는 지도부 내 균열은 또 다른 계파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이 대표는 자타공인 친박계이고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비박계의 의견에 가세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앞두고 부딪혔던 김무성-원유철 '투톱'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 간의 갈등은 김 전 대표와 원 전 원내대표 간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지난 20대 총선 전략을 앞두고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였다. 비공개 석상에서는 언쟁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월, 총선기획단 회의 결과를 전하는 자리에서 "우리 당에서는 전략공천이 없는 만큼 '인재영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원 전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원 전 원내대표는 이후 "당대표님은 당대표님 나름의 정당에 대한 생각, 또 선거에 대한 생각이 있고 저는 저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견해 차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여야 처리에 앞서 진통을 겪던 테러방지법을 두고서도 이견을 보였다. 당시 김 전 대표 테러방지센터를 총리실이 아닌 국가정보원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원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말씀"이라면서도 "야당에서 그것을 끝까지 수용 못하겠다고 하니 저희가 일부 양보한 것"이라고 맞섰다.
원 전 원내대표는 2015년 9월 김 전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창 추진 할 때에도 '불가론'을 들며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해 당시 김 전 대표를 흔들던 친박계에 가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바 있다.
전국적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의 균열은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데 걸림돌이 됐고 결국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역사에 남을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톱의 의견 대립이 계속된다면 대선 승리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2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만약 현재 새누리당 투톱의 균열이 계속되면서 대립과 갈등이 많아지면 야권에 비해 대선 준비가 훨씬 늦어질 수 있다"며 "당이 앞으로 내놓을 정책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대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우 수석 관련 문제는 이 대표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한 권력이 있어 쉽게 (사퇴를 하라는) 입장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것도 있다"면서도 "두 사람이 정치적 신념에 있어서 친정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과거 김 전 대표와 원 전 원내대표 때처럼 모든 일에서 결을 달리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