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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 행사에 친박, 비박 다 부른 오세훈, 속내는

문대현 기자
입력 2016.07.28 12:10
수정 2016.07.28 12:10

좀체 색깔 드러내지 않고 있는 오세훈, 대권 의식 행보?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정현(왼쪽부터), 이주영, 정병국, 한선교, 김용태 의원이 27일 서울 종로구 당협 사무실에서 열린 오세훈 종로 당협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함께 손을 모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유력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자신이 주인인 새누리당 서울 종로구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 8.9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을 모조리 불렀다. 당초 이 자리에서 비박 후보들과 단일화 논의를 할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권 주자로 나선 한선교, 정병국, 이정현, 김용태,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전 종로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표심 경쟁을 펼쳤다. 또 다른 주자인 주호영 의원은 지역구 일정으로 불참했다.

오 전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두 분 후보자들께서 당원 여러분을 뵙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는데 요청한 분만 자리를 만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모든 후보께 연락을 드렸다"며 "(후보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새누리당을 만들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 만들어 보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참석한 주자들과의 인연을 일일이 소개하며 그들을 치켜세웠고 주자들 역시 자신들의 공약 발표에 앞서 오 전 시장을 띄우는 발언으로 종로구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애썼다.

주자들 중 맨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의원은 오 전 시장과의 학연을 공개하며 "오 전 시장의 앞날에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정 의원은 16대 국회에 함께 입성했던 인연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이정현 의원은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에 제동을 걸었던 것을 언급하며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고, 김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신임 서울시당위원장을 원외 인사로 뽑는 것을 주도했다고 알렸다. 끝으로 이주영 의원은 "오 전 시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당 대표가 바로 나"라고 해 당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두시간 여에 걸쳐 5명의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오 전 시장은 "불참하신 주호영 의원을 포함해 여기 있는 분들 중 새누리당의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될 것 같다"며 "투표장에 가서 어느 분이 가장 적합한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몸집 키우는 오세훈?

오 전 시장은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명실상부한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여겨진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며 정치적 재기가 힘들 거라는 세간의 평가도 있었으나 반기문 UN 사무총장 외에 별다른 후보군이 보이지 않자 계속해서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오 전 시장은 최근 원외 당협위원장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고 '오세훈 대권론'에 뜻 모를 웃음만 보였을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의 반응은 이 날도 같았다. 이주영 의원이 계속해서 차기 대권을 두고 오 전 시장을 띄웠으나 코멘트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 그가 보인 환한 미소는 자신을 둘러싼 여론이 싫지만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오 전 시장은 전대를 앞두고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전부터 개혁파의 이미지가 강한 오 전 시장은 비박계 후보들과 접촉하며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김용태·정병국 의원과 '비박 후보 단일화'를 논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종로 당협 행사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자리에는 친박 후보까지 모두 모이면서 비박 후보들과 오 전 시장 간의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자연스레 비박 단일화와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대가 2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이 비박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 일각에선 오 전 시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몸 값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특정 계파와 등을 돌려 마찰을 예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6년 새누리당 전국 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는 총선에서 무너진 원외위원장들이 친박계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거세게 냈다. 그러나 이 곳에 참석한 오 전 시장은 주위로부터 발언을 요구하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계파 갈등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 전 시장의 애매한 태도는 이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데일리안'에 "개혁파로서 비주류의 색채가 강한 오 전 시장이라면 이번 총선의 책임을 두고 주류 및 친박계를 겨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런데 최근 그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의아하다. 무언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오 전 시장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당협에서 당권 주자들을 내보내고 질의응답 시간을 원하는 취재진을 향해 "난 오늘 주인공이 아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전혀 일이 없다"며 "당원 여러분을 모신 자리일 뿐이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전대가 점점 가시화되면서 그가 띄는 계파 색채도 점점 짙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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