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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 김혜수는 왜 아이를 가지려 했을까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6.07.06 10:00
수정 2016.07.06 10:01

<김헌식의 문화 꼬기>남성 배제 여성끼리 협력하는 신모계사회 등장?

영화 '굿바이싱글'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는 3년 동안 연기 생활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사람'을 꼽았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영화 ‘굿바이 싱글’은 근래에 화제가 되었던 독신 스타들의 임신 열망을 소재로 삼고 있다. 실제와 차이점은 아예 임신을 할 수 없는 폐경기의 여성 스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소재와 설정은 그 동안 암묵적으로 회자되었던 반싱글족 심리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김혜수야말로 90년대 화려한 싱글 담론의 상징이기도 했다. 화려한 싱글의 상징적인 주인공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상징을 넘어 실체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고성장기 시대의 저출산 현상에 대한 일깨움이 담겨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미혼모가 되는 중학생 캐릭터의 등장이었다. 그것이 새삼 중요한 것은 영화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혼모의 등장이 가족의 필요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싶다. 생각해보면, 싱글족을 선호하는 것은 가족을 전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홀로 가족도 그렇지만, 싱글족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보일 수 있었다. 본래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장점은 스스로 보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의 장점을 더 좋게 간주하기 마련이다. 이를 우리는 상대적 욕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보지 못한 섬을 열망하는 법이다.

전통사회에서는 가족주의를 강화유지했기 때문에 특정 구성원들에게는 억압이나 사생활 침해, 자원 배분의 불합리함 등이 존재했다. 그것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생산 수단이나 생산력이 사회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었다. 자본주의 상품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개인의 분리 현상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그것은 가족의 틀안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고, 가족주의를 고수하는 이들에게는 반박할 수 없는 실체적인 사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고성장기에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그 때는 인식하지 못했다. 여성해방이론은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서양에서 고성장기에 탄생한 것이다. 여성에게서 가족을 해방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가족을 여성과 분리시키는 담론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화려한 싱글에 관련한 담론이 한국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중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그 시점이 최고의 활황기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잠시 주춤하더니 정보통신 산업이 붐을 일으키면서 싱글족 담론은 여전히 기업의 비즈니스 마케팅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려한 싱글족 담론만이 아니라 어두운 싱글족 담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다른 말로 1인 가구나 비자발적, 싱글족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리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대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미래의 대안적인 가족 형태도 긍정적인 가치 차원에서만 다뤄지던 것과 달리 사회적 국가적 복지 차원에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싱글족 담론은 두 가지 기둥적 전제와 토대에 기초한다. 싱글족은 여럿이 있는 가족을 전제로 해야 성립한다. 만약, 혼자 영위하는 삶 예컨대, 영화 ‘굿바이 싱글’에 등장하는 미혼모의 아이나 보육원 아이들의 경우에는 애써 분리할 수도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오히려 가족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가능성이 많다. 두번째 경제활황기에는 오히려 개인의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싱글을 선호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혼자 삶을 영위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가족을 일구는 형태로 진전되지는 않는다. 혼자 살던 이들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더 많다. 캥거루족이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혼자 살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아예 부모와 같이 살기를 원하는 신세대 자녀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는 가족주의 때문에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속은 끓게 마련이다.

독립을 원하지만, 가능하지 않을 때, 그것은 염원의 대상이 되겠지만 비정규직과 미취업 실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감내하며 나설 수 밖에 없는 청춘들은 너무나 많다. 더구나 아직도 한국은 대학에 기대어 일자리를 돌파하려는 경로의존성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잘 나가는 배우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언제나 들끓던 남자들도 사라지고 오히려 배신도 당한다. 그것은 어쩌면 한국경제의 민낯을 의미하는 지 모른다. 저성장의 시대는 갔기 때문이다. 국가가 복지를 전담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틸 수 밖에 없는 것은 가족이다. 그것이 그러나 반드시 혈연가족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우리들이다. 하지만 혈연은 벗어날 수는 없는 면이 있다.

인간은 여전히 혈연을 통해 종족을 영위하려는 동물적 본능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혈연이 안될때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의 동거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그것에서 유리한 것은 아무래도 여성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기일수록 대박보다는 소박을 통한 나눔과 협력의 경제모델이 더 강해질 것이고, 그것에 적합한 것인가는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듯이 남성의 역할은 사라진다. 여성들이 서로 협력하는 신모계사회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매니저 디자이너 캐릭터는 남성들의 미래 역할을 가늠하게 만든다. 남자다운 케어 능력은 물론 섬세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분간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유사인간을 찾을 것이다. 그것이 반려동물이나 로봇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에서 반려동물을 각고의 노력속에서 키우는 주병진이 대표적인 상징이다. 그 역시 화려한 싱글족 담론의 선두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을 갖고 유지하는 사람은 영원히 선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것이 어느날 갑자기 돈을 준다고 이뤄주는 문제가 아니라 고통속에서도 계속되는 노력과 분투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성취할 때 오롯하게 자신의 것이다. 임신과 출산 양육 그것은 오롯히 자신의 성취물이자 만족감을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아이의 희소성 때문에 더욱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비대면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들이 증가할 수록 더욱 열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 콘텐츠를 대하면서 대리만족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굿바이 싱글'의 김혜수처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이들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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