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여권 주자 2위? 여전한 착시효과
입력 2016.06.16 11:56
수정 2016.06.16 12:00
리얼미터 조사서 여권 지지율 한자릿수…야권에서는 1위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허상’이라는 지적이다. 유 의원이 정작 여권 지지층에서는 낮은 지지를 얻고 있어, 결국 야권 지지층의 역선택에 의해 속 빈 강정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는 16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여권 후보군에서 유 의원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2.5%)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유 의원이 지지율은 15.7%다. 그 다음으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9.6%),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6.8%), 원희룡 제주도지사(5.6%) 순이다.
다만 유 의원의 지지율을 정당 지지층별로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유 의원이 총선 전까지 몸 담았던 새누리당에서는 5.0%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18.8%,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20.8%,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특히 42.6%, 기타 정당 지지층 20.5%, 무당층 8.1%의 지지율을 얻었다.
여권과 무당층의 조합에서는 5.9%로 중간 순위권에, 야권과 무당층 조합에서는 20.1%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여권 차기 주자 1위 반 총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42.9%를 얻으며 압도적으로 1위를 했고, 야권에서는 유 의원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4월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4월 정례조사에서도 여권 대선 주자 1위(17.6%)를 차지했다. 당시에는 반 총장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13개월 간 여권 대선 주자 1위는 김 전 대표였다. 해당 조사에서도 유 의원은 여권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지지율 6.4%를 얻으며 4위를,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3.0%로 8위에 그쳤다. 중도층과 야권 지지층이 유 의원의 1위 만들기에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유 의원의 지지율을 두고 ‘역선택’이 만든 허상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선택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을 말한다. 흔히 선거 정국에서 발생하는 역선택은 여론조사 상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진영임에도 진영을 따로 분리해 선택하도록 한다. 즉 해당 여론조사를 놓고 볼 때 중도·무당층, 야권 지지층이어도 여권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여야가 대선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선택에 타 지지층을 고스란히 노출시킴으로써 신뢰도와 객관성이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본보와 통화에서 “유 의원이 여권 내 대선주자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크게 의미를 두기는 힘들다”며 “허상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허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16일 본보와 통화에서 “야권 지지층이 여권 주자 선택지를 들었을 때 거론되는 사람 중 그나마 진보적인 성향으로 보이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대통령과 마찰이 빚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을 때, 그리고 그 당시의 민주주의 관련 연설 등이 야권 지지층한테는 상당히 통쾌한 부분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권에 비해 야권 지지층이 많아지면서 전체 응답자 비율도 이 같은 추세일 수밖에 없다”며 “전화 면접에서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유 의원에 시선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