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북송 재일교포들 입국때 머리카락 자른 까닭은
입력 2016.06.14 05:09
수정 2016.06.14 05:10
잠재 반동분자 취급 "'감시인생' 서로 믿지도 못하는 삶 살아"
북송된 재일교포들이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일상적 감시와 차별에 따른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당국에서 재일교포들을 감시대상으로 규정해놓고 머리카락을 채취하고 필체를 기록하는 등 항시적 감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에서 군복무를 했던 이태경 재일북송피해가족협회장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통일아카데미가 개최한 ‘북송 재일교포 실태를 통해 본 북한의 인권 현실과 과제’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통해 북한 내 북송재일교포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재일교포 신분으로 북한에서 생활할 당시 학창시절부터 졸업 후 군 복무를 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감시의 과정이었다는 증언이다. 특히 군복무 당시에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머리카락과 필체를 가져가 사건 대조용으로 보관해두는 등 잠재적 반동분자로 취급했다는 설명이다.
북송재일교포들은 98%가 한국 출신으로, 북한 당국이 재일교포들을 일본에서 자본주의사상에 물든 남조선 출신으로 규정해 항시적 감시를 전개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뿐 아니라 북송재일교포들 간 동료계층을 중심으로 서로 감시하는 비공식적인 감시체계가 구축됐다는 증언이다.
이 회장은 “북한에서 재일북송교포들은 한 마디로 ‘감시인생’”이라면서 “북한에서 ‘감시’는 지켜본다는 의미를 넘어 생사를 좌우하는 무서운 단어로, 감시대상으로 규정한 인물이 의심 가는 행동을 했을 때 그 가족들까지 몰살시키는 죽고 살고의 문제”라고 증언했다.
또한 북송재일교포들 간에도 비공식적 감시체계가 구축돼 서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북송재일교포였던 우리 형님과 누님도 다른 사람(재일교포)을 감시하라는 의무를 부여받았다”면서 “생활 전반에서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서로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감시상황에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송재일교포들은 출신성분이 ‘나쁜 성분’으로 규정돼있어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은 물론, 교육 받을 수 있는 분야가 제한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차별과 배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혼에도 제한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출신성분이 ‘나쁜 성분’으로 규정돼있는 북송재일교포들은 다양한 분야의 교육 기회를 동등하게 받을 수 없다”면서 “정치경제학이나 국제관계학, 군사학 등은 배울 수 없게 제한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을 강제배정 당하는 등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잠재적 반동분자’로 인식되는 북송재일교포들의 경우 선박·비행기 등 이동수단과 관련한 교육·직업은 금지된다. 이 회장은 “원앙어선이나 비행사, 보위원 등의 직업은 절대 갖지 못한다”며 “물론 1000명 당 한 명꼴로 이런 직업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마저도 매일 감시당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 또한 제한된다. 특히 휴전선 등 북한에서 특별구역으로 지정한 곳에서는 애초에 거주지를 배정받지 못하거나 이미 배정됐을 경우 추방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차별·배제 대상이 되는 북송재일교포들의 경우 결혼조차 불이익을 받는다. 이 회장은 “재일북송교포의 경우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배우자감으로 인기가 없어 결혼하기 힘들뿐더러 결혼에 성공하더라도 배우자까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현실”이라고 고발했다.
이와 관련 함께 세미나에 참석한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송재일교포 인권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북송교포와 그 자녀들에 대한 부당한 사회적 차별을 근절하는 게 우선으로, 한국정부가 나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한국정부는 북송교포 문제를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고, 북한 내 인권실태에 대한 연구․조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북송교포들의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송교포들은 직장 선택의 자유를 가져야 하며, 직장 내에서 공평한 승진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한다”며 “북송교포 자녀들에 대한 대학진학, 군 입대, 직장선택, 승진 등 부당한 차별과 제한 정책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