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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포'라 불리며 인권유린 당한 북송 재일교포 왜?

목용재 기자
입력 2016.06.12 10:11
수정 2016.06.12 10:17

통일아카데미, 북송재일교포 인권실태 조사보고서

"북송선 내리자마자 허황된 꿈 체감"

북한 나진항에 정박한 만경봉호. 만경봉호는 재일교포 북송 때 사용됐던 선박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와세다 대학에 예비합격한 아버지가 조총련으로부터 김일성종합대학 입학을 약속받아서 북한에 들어갔는데, 학교에는 못들어가고 회령 탄광기계공장에 배치돼 용접공으로 근무했어요. 아버지께서 일본 귀국 의사와 생활 비관 등으로 전거리 교화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 '간첩', '종파분자' 등의 욕설과 모욕을 받으셨어요."(김순희 씨, 2003년 탈북)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안 조총련에서 저희 집에 찾아와 북한에 알몸으로 가도 잘살 수 있다고 선전했어요. 급식비를 못 내던 상황이었고 어머니도 아파서 무상치료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북한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시고 6년뒤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1년도 안돼 정신병에 걸리셨어요."(김소자 씨, 2003년 탈북)

북한 당국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의해 북한으로 유인, 납치 당했던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사)통일아카데미는 지난 2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한국과 일본 도쿄·오사카 등지에서 한국·일본 거주 북송재일교포 출신 탈북자 40명을 대상으로 북송과정과 북송 후 북한에서 겪은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결과는 13일 개최되는 '북송 재일교포 실태를 통해 본 북한의 인권 현실과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사업은 이번이 첫 번째다.

통일아카데미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일본 정부는 북송사업에 대해 북송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고향을 찾은 인도적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북한으로 송환된 당사자들은 조총련의 거짓선전과 설득으로 빚어진 유인·납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북송 재일교포들은 조총련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은 것을 알고 불만을 토로하자 북한 당국에 의해 지방으로 추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번 조사대상자들의 최종거주지는 함경도가 20명(45.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평안도가 10명(25.0%)로 조사됐다.

북송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게된 계기는 '조총련의 선전 및 권유'(30명, 75%)가 가장 많았다. '북한의 선전'(14명, 35%)과 일본을 거주하면서 느낀 '민족적 차별'(10명, 25%)이 그 뒤를 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겪은 소수자 생활과 교육, 취업 등 분야에서 겪은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북한의 선전에 속아 북송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송된 재일교포들은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일상적인 차별과 불이익을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33명(82.5%)이 차별과 불이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은 당국의 감시, 결혼·직장배치·승진·거주지 이동에서의 불이익을 겪었다.

북한 당국은 자유체제를 경험한 북송된 재일교포들이 간부급으로 지위가 상승될 경우 체제 불안정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일반 주민들과 북송 교포들을 차별대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아카데미는 보고서를 통해 "북송 재일교포들은 자신들의 기대와 희망이 북송선에서 내리자마자 허황된 꿈이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면서 "이후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보위부와 간부들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생활해야 했으며 결혼, 승진, 거주지 이동 등 다양한 면에서 차별을 받으며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송 재일교포들은 일상적 감시와 통제속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일본에서 만끽했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갔고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후반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유에 대한 갈망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2000년대 초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아카데미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북송 재일교포 실태를 통해 본 북한의 인권 현실과 과제'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지상낙원의 배반'을 공개하고 북송 재일교포 실태조사를 발표한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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