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입구에서 쫓겨난 흡연자들이 모인 곳은?
입력 2016.06.19 10:10
수정 2016.06.22 17:54
시민들 "지하도 출입구도 유동인구 많은데 지하철역만 금연구역?"
서울시 "금연구역 지정, 시민에게 의무적 과태료 수반해 신중해야"
서울시가 시민 건강 보호를 위해 지정한 ‘지하철역 입구 10m 이내 금연구역’ 정책으로 지하철역 출입구 금연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나,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진 지하도 출입구는 여전히 흡연 무법지대로 남아있다.
지난 7일 시청역 출입구에는 흡연하는 사람도, 바닥의 담배꽁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입구 곳곳 금연구역을 표시하는 빨간 금연 스티커와 안내 표지판으로부터 10m 이내는 물론 10m 밖에서도 흡연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시청역 인근 지하도 출입구는 흡연자들 사이 암묵적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듯 시간마다 담배를 피우러 나온 흡연자들로 붐볐다.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지는 지하도 출입구 곳곳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과 이들이 남기고 간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하도 출입구가 흡연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부터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인근 지하도 출입구는 금연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서울시청 건너편 지하도상가 출입구 주변은 자욱한 담배연기로 탁한 공기가 육안으로 확인됐다. 바닥에는 껌처럼 눌러 붙은 담배꽁초와 가래침이 뒤섞여있고, 주변 배수구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한 눈에 봐도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맞은편에 개통된 지하도상가 출입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흡연자들은 지하도 출입구에 몸을 기대거나 근처를 거닐며 자유롭게 담배를 피웠다. 길을 지나던 시민도 출입구 근처로 다가와 담배를 꺼내 물기도 했다. 흡연자들 사이 지하도 출입구가 암묵적 흡연구역이 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하도 옆을 지나는 몇몇 시민들은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걸음을 재촉했다. 특히 지하도를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하도 출구를 나오자마자 담배연기를 손으로 휘저으며 흡연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도 보였다. 지하도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담배 냄새가 새어 들어온 것이다.
직장인 김모 씨(여·53)는 “본인들 편하겠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흡연하고 있다”면서 “출입구 금연정책 시행한다더니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도 출입구에서 아직도 버젓이 담배를 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불만을 표했다.
인근 청소노동자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하도 출입구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를 쓸던 청소노동자 이모 씨(남·50대 중반)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에 네 번 지하도 출입구를 지키며 담배꽁초를 쓸어 모으지만 담배꽁초는 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여기 전부 다 담배꽁초. 하루에 네 번 여기를 청소하는데도 항상 이렇게 가득하다”면서 “저번에 뉴스 보니 지하철역 출구에서 담배 못 피도록 했다고 하는데 여기는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여기도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곳이니 지하철역 출입구로 보고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지하도는 대부분 지하철과 연결된 통로로 실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오가기도 하고, 또 상가 출입구이기도해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지하도 출입구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지하도 출입구 또한 금연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금연구역의 경우 의무적 과태료가 수반돼 수백 개에 달하는 모든 지하도 출입구에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흡연 적발 시 시민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법적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 이에 한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특별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에 따르면 금연구역이 적용되는 법적 지하철 출입구는 지하철 관계기관에서 정식으로 지하철 고유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출입구에 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일 본보에 “금연구역은 과태료가 수반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거라 법적으로 엄격히 정하게 돼있다”면서 “금연구역 확대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시민들의 예측 가능성이 없어져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어 정식 지하철역 출구 (금연구역) 시행 후 순차적으로 가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