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자유투표' 여당이 막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입력 2016.06.04 10:32
수정 2016.06.04 10:33
야3당 자유투표 방안 합의...새누리는 국회법 만지작
당내에선 '국회선진화법' 사용하자는 목소리 나오기도
의회 다수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자유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합의한 가운데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국회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회법 범위 내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카드가 없을까해서다. 하지만 여소야대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방어 카드'는 요원해보인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서 방어를 해보겠다고 말했고 상황이 벌어지면 검토해봐야죠. 구체적인 법령은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이 국회법상 국회의장단 선출기한인 7일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의장 선출 투표를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해놓지 못한 듯 했다. 여기에다 정갑윤 의원이 자유투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무기명 투표를 통한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선출되지만, 그동안 국회는 관행적으로 제1당에서 추대한 국회의장 후보를 본회의 표결로 확정해왔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이 발생하며 의장직을 두고 자유투표 강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투표 자체를 막지 못한다면 헌법이나 국회법 범위 내에서 새누리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은 의장 선출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보면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는 1996년 과반 정당 신한국당이 표결하지 못하도록 의장석을 점거해 한 달간 의장 선출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국회법 제 110조(표결의 선포) 1항에 따르면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하여야 한다.
또다른 옵션으로는 '국회선진화법'이 거론된다. 한 3선 의원은 "만약 자유투표를 하게 된다면 응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서 응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막을 수 있는 법안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나올 사람이 나와서 자유투표를 하게끔 규정돼있다"며 "김 원내수석이 국회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여야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교수도 "헌법과 국회법을 통틀어 자유투표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카드'에 대해 "이현령비현령이다. 아예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총선 기간 내내 악법으로 규정하며 폐지를 요구한 새누리당이 투표 용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선진화법을 이용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며 "또 원 구성을 계속 딜레이했을 경우 정부여당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의장 선출을 위한 단독 임시회 소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국민의당은 두 (야)당과 협의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원 선거 이후 최초 임시회의는 국회법 5조 3항에 의거해서 7일째 되는 날 해야 한다. 금년은 6월7일이 최초 임시회 법정기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헌법 47조에 따르면 국회의 임시회는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에 의하여 집회된다. 더민주 단독으로도 임시회 소집이 가능하다. 새누리당과의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공조해 4일까지 임시회 집회를 요구하면 국회법상 의장단 선출기한인 7일에 임시회를 열고 의장단 선출을 위한 선거까지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이에 반발해 전원 본회의장에 불참하더라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만으로도 과반수가 되기에 의장 선출이 가능하다. 국회법 15조에는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