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동아줄? 불사조 판할의 퇴장
입력 2016.05.23 10:38
수정 2016.05.23 10:40
FA컵 우승으로 연명할 것이라는 전망 빗나가
UEFA 챔피언스리그 탈락 등 낙제에 가까운 시즌
FA컵 우승에도 경질 위기에 놓인 판할. ⓒ 게티이미지
‘불사조’ 판 할 감독도 UEFA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타격은 만회하지 못하는 것일까.
영국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 주요 언론들은 22일(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판 할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 시즌 내내 계속된 경질설이지만 이번에는 공신력 높은 언론매체들에서 연거푸 제기돼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판 할 감독은 지난 22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런던 웸블리 경기장서 치른 FA컵 결승에서 승리, 맨유에 12년만의 FA컵 우승을 안겼다. 맨유로서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 올리는 우승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FA컵 우승이 판 할 감독의 ‘잔류 동아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FA컵 우승이라는 성과에도 올 시즌 내내 보여준 판 할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에 대한 평가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맨유는 판 할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부터 2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팀 개편에 돌입했지만 우승은커녕 결국 제 자리 걸음에 그쳤다. 전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역시 첫 시즌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확정된 이후 경질됐다. 모예스 감독에 비하면 판 할은 꽤 오래 기다려준 셈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판 할 감독이 맨유 사령탑에서 보여준 언행도 문제가 많았다. 판 할 감독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및 축구인들과 대립각을 세웠고, 자신의 실책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퍼거슨 시절과 비교하는 질문에) 당신은 과거에 살고 있다”, “아직도 선수가 부족하다”, “(챔피언스리그 탈락 이후) 유로파리그에서 잘하면 된다”, “(수비축구에 대한 비판에) 공격축구를 하고 있다”, “나는 내년에도 당연히 맨유 감독으로 있을 것” 등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들을 남발하며 언론과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스타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그들을 장악하지도, 활용하지도 못했다는 것 역시 판 할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 앙헬 디 마리아, 빅토르 발데스 등과는 내내 불화를 겪다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치차리토, 로빈 판 페르시, 나니, 가가와 신지 등 즉시전력감들은 자신의 전술에 맞지 않는다고 내보냈다가 시즌 내내 공격수 부재로 애를 먹었다. 판 할이 영입한 선수들보다 방출시킨 선수들로 만든 팀이 더 강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마커스 래쉬포드, 앙토니 마샬 등 재능 있는 영건들을 중용해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은 그나마 성과지만 이 역시도 판 할의 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유망주인 마샬은 사실상 월드클래스급 공격수에 버금가는 몸값을 지불하며 오버페이 논란에 시달렸고, 래쉬포드는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기회를 잡은 케이스다. 오히려 멤피스 데파이나 모르강 슈나이덜린 같은 실패작들도 있어 투자 대비 효율은 마이너스가 마찬가지였다.
판 할 감독은 당초 맨유와의 3년 계약이 끝나면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의 후임으로는 주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FA컵 우승으로 유종의 미는 거뒀지만, 후임자가 그보다 더 못한 성적을 거두지 않는 이상 맨유 감독으로서의 루이스 판 할은 성공한 인물로서 기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