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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포 현정이도, 필리핀 소년 게노도 "한국이 나를..."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5.14 07:08
수정 2016.05.14 11:00

<다문화가정 사각지대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만나다④>

학교 안팎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즐겁고 씩씩한 '한국나기'

정부가 지난 2006년 4월 다문화가족 사회통합지원대책을 마련한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 3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다문화 정책 10년 성과를 계승하면서 성장주기별 자녀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다문화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다문화사회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다문화가정의 '사각지대'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일선 실무자들조차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개념조차 정리돼있지 않아 업무의 혼선을 빚기도 한다. 데일리안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잠정적 한국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자는 취지로 중고입국청소년들이 한국 정착 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중도입국청소년인 고현정(영남중3, 중국교포)과 Tsidkenu (‘게노’, 14, 필리핀).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외로움', '부적응', '학업중단', '3D업종'...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출신이 아닌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편견이다. 11일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만난 중국과 필리핀 출신의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이 아이들은 유학을 갈 수 있을 만큼 성적이 올랐으면 좋겠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고민인 평범한 한국 학생들과 다를바 없었다.

한국생활 반년 차…중국교포 고현정 양의 즐거운 학교생활

서울 영남중학교에 재학 중인 고현정(16, 중국교포) 양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나고 자란 고 양은 한국 학교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도 채 안됐지만 이미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열명이 넘는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친구들은 거의 (한국)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반 여자애들이랑 다 친해요. 아 그런데 남자애들이랑은 안 친해요(웃음). 우리 반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좀 쑥스럽지만 저 되게 인기가 좋아요”

고 양은 지난 1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열 손가락을 다 접으며 답했다.

중도입국청소년 고현정(영남중3, 중국교포)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일 좋았던 기억도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들이다. 고 양의 최근 자랑거리는 얼마 전 학교 체육대회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단체줄넘기 경기를 1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커피와 케이크를 만드는 동아리 활동, 주말이면 친구들과 함께 홍대 나들이를 즐기는 게 고 양의 가장 큰 활력이다.

학급 내 자타공인 ‘인기인’인 고 양도 시험성적을 생각하면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평소 한국어를 구사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웬만한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지만, 일반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아직 버겁다.

고 양은 “한국 학교생활에 정말 만족하지만 가끔 언어장벽으로 수업을 못 따라갈 때 속상해요. 중국 학교에서는 평균 85점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20점 이상 떨어져 61점정도 나와요”라며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는 바로 짝꿍에게 물어보거나 이해가 안 되면 동그라미 쳐놨다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중국어로 바꿔 봐요. 한국인처럼 한국어를 쉽게 말하고, 이해하고 싶어요”라고 토로했다.

고 양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생활의 영향이 컸다. "한국 적응이 힘들지 않나. 뭐가 제일 힘드나"라는 질문에 “역사 수업”이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을 정도다.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외국인’ 신분으로 한국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 양의 경우 어머니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기본적 한국어실력은 물론 비교적 장기간 체류가 가능한 F-1(방문동거) 비자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중3인 고 양은 고등학교, 대학교도 모두 한국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한국어 공부에 더 힘쓰고 있다. 고 양은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 한국 국적도 따고 한국에서 고등학교·대학교도 다니고 싶다”며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아직 무슨 공부를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호주로 유학 가 더 넓은 세상도 보고 싶다”고 전했다.

“학교 안 들어가도 괜찮아…내겐 꿈이 있으니까”

지난 2006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Tsidkenu(‘게노’, 14, 필리핀) 군은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가 꿈이다. 매주 목요일이면 음악학원에 가서 실력을 키우고, 일요일에는 가족끼리 아버지 교회에 모여 공연도 한다. 학교에 갈 나이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게노 군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지만 가족과 꿈이 있어 불안하거나 외롭지 않다.

중도입국청소년 Tsidkenu (‘게노’, 14, 필리핀).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필리핀 사람들은 하나님을 잘 몰라요. 목사님인 아버지가 한국에 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한국에 교회를 지었어요”라며 게노 군이 서툰 한국어로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전했다.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한창 학교를 다닐 나이에 학업을 잇지 못했다. 게노 군이 또래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은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 서울온드림교육센터(서울특별시·현대차 정몽구 재단 운영) 한국어 수업시간에서다.

게노 군은 친구와의 놀이보다는 공부에 집중하는 꿈 많은 소년이다. 드럼학원을 가는 매주 목요일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토요일, 교회에 가는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쉬지 않고 공부를 한다.

게노 군이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7살 때 한국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 3학년까지 생활하다 언어장벽으로 중퇴했다. 이 때는 주말마다 함께 농구하는 단짝친구도 있었지만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게노 군이 외로울 틈을 못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꿈과 이를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서다. 음악 프로듀서가 꿈인 게노 군은 가족들과 집, 교회에서 음악 연주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게노 군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이태원에 위치한 드럼학원에 가는 것과 매주 일요일 아버지 교회에서 가족들과 음악 공연을 펼칠 때다.

게노 군은 “음악이 취미이자 꿈이라 매일 음악과 함께해요. 제가 드럼, 가족들은 피아노, 기타 등 각자 잘하는 게 있어요”라며 “학원에서 드럼을 배워서 집에서 연습하고 일요일에 가족끼리 아버지 교회에서 공연했는데 아버지 친구들도 진짜 많이 오고 너무 좋았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음악 프로듀서가 꼭 되고 싶어요. 음악만 있으면 하나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어요”라고 다시 한 번 꿈을 향한 마음을 다졌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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