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몸 사린 이통사 '윈윈'전략...700MHz 유찰
입력 2016.05.02 15:05
수정 2016.05.02 15:05
8라운드만에 종료...총 낙찰가 2조1106억원
통신3사 윈윈 전략...700MHz 향방 논란
이동통신3사가 경쟁 대신 실리를 취했다. 최저 경쟁가격만 2.4조원에 달했던 2016년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가 8라운드만에 끝났다. 총 낙찰가는 2조1106억원으로 당초 3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통사는 각 사의 전략대로 최선의 대역을 가져갔다는 평가다. 단, 통신과 방송산업에서 끊임없이 이슈가 됐던 700MHz 대역의 유찰은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 승자와 패자는?...거품빠진 경매
미래창조과학부가 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주파수 경매는 2일차 8라운드 만에 종료됐다. 지난 29일 6라운드 입찰 이후 2일 7라운드와 8라운드의 연속 입찰자가 없어 최종적으로 낙찰자가 결정됐다.
주파수 경매에 나온 대역은 모두 5곳으로 △A블록(700MHz 40MHz폭) △B블록(1.8GHz, 20MHz폭) △C블록(2.1GHz, 20MHz폭) △D블록(2.6GHz, 40MHz폭) △E블록(2.6GHz, 20MHz폭)이다. 이 중 KT가 B블록을 최저 낙찰가 4513억원에 가져갔으며, LG유플러스가 C블록을 최저 낙찰가 3816에 할당받았다. SK텔레콤은 D블록을 9500억원, E블록을 최저 낙찰가 3277억원에 획득했다.
주파수 부족에 시달렸던 SK텔레콤은 3사 중 가장 많은 60MHz폭을 확보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총 낙찰가 1조2777억원으로 이통사 중 많은 비용을 냈지만, 1MHz 당 가격(SKT 106억원, KT 113억원, LG유플러스 191억원)을 따지면 오히려 3사 중 최소로 해당 대역을 획득했다. 2.6GHz 대역에서 두 블록을 가져감으로써 망구축 의무 비용도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KT는 1.8GHz 대역을 최저 낙찰가에 확보했다. KT는 1.8GHz에서 이미 전국망을 구축했고, 광대역 LTE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이번에 획득한 20MHz폭까지 합쳐 초광대역 LTE를 서비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유일하게 2.1GHz 대역에서 40MHz폭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최저가에 해당 대역을 가져가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번 경매는 전국망 구축이 아닌 보조망 구축을 중심으로 한 대역이 나와서, 당초부터 출혈 경쟁이 일어날 확률이 적은 것으로 예상됐다”며 “각 사가 사실상 필요한 주파수와 낙찰가를 정해놓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미래부 역시 “이번 경매는 과거와 달리 극한의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추세로 진행됐다”며 “이통사가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안에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 700MHz 유찰 후폭풍은...?
전체적인 주파수 경매는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700MHz 대역의 유찰은 향후 통신업계의 큰 숙제가 될 거으로 보인다. 700MHz 대역은 과거부터 방송업계가 지상파 초고화질(UHD)용도로 할당받길 주장하면서 해당 대역을 원하는 통신업계와 충돌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정부는 700MHz 대역 중 일부를 방송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도 700MHz 대역은 여전히 이통사에게 매력있는 매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막상 경매 종료 후 해당 대역은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용 주파수와의 혼간섭 우려, 아무도 망을 구축하지 않은 신규 대역의 투자 부담 등으로 이통사들이 결국 700MHz 대역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에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업계가 필요로 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을 경매 매물로 내놓은 거 아니냐는 ‘무용론’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올해 낙찰된 2.6GHz 대역의 경우도 과거 유찰된 바 있다”며 “결국 A블록(700MHz대역)이 관심이 없다면 강매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A블록은 올 연말 내놓을 K-ICT 스펙트럼 정책과 보조를 맞춰 중장기 전략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하반기 700MHz 대역 할당 문제에 대해서 재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