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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막장·난장' 20대 총선 그래도 이런 후보를...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4.13 07:41 수정 2016.04.13 07:41

공천 내홍·포퓰리즘 공약 남발 ‘정치 혐오’ 극대화

전문가들 “정당보다 인물…공약·계획 보고 투표하길”

4.13 총선을 이틀 앞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개소식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제20대 국회 국회의원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 광주시 북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통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늑장’ ‘막장’ ‘난장’

20대 총선거는 각 당의 공천 내홍, 네거티브 유세전까지 그 어느 때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과거와 달리 선거판을 관통할 만한 대형 이슈가 사라졌고, ‘인물’로 승부수를 띄우려던 여야의 전략은 사실상 ‘막장 공천’ 등으로 불리며 유권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야권 분열과 당 대 당 갈등이 깊어진 상황도 ‘민심 이탈’을 극대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선거의 ‘심판 기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집안 싸움에 전념하다 유권자의 냉담한 반응을 체감하고 나서야 저자세 읍소 전략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패권 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자 매 선거마다 강조해 온 정부 여당 심판론을 꺼냈다. 양당 중심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국민의당도 아직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보기 이르다.

여야는 힘겨루기를 하다 총선을 42일 남겨두고 선거구 획정안을 늑장 처리했다. 두 달 정도 위헌상태가 지속되면서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선거구를 확정 받지 못한 채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공약 개발보다는 표밭 누비기에 한창이었다. 당 공천도 늦어졌다.

이번 총선은 정책·공약 대결이 사라진 ‘진흙탕 선거’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다. 여야 모두 경제 위기와 관련된 공약을 경쟁하듯 쏟아냈지만, 독창성 없는 유사 공약을 남발하고, 당은 물론 후보들마저도 환심 사기와 혐오감 달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12일 본보와 통화에서 “늑장, 막장, 난장 선거”라며 “늦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양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후보를 선정하면서 올바른 정책 경쟁보다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통령·지방자치단체 후보들에게 각 공약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절차, 기간, 재원조달 방안 등을 제시하도록 돼 있는 ‘공직선거법 66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법에는 국회의원 후보는 제외돼 있다. 선거 공약집을 만들거나 구체적인 선거 공약이 담긴 선거공약서를 제시할 필요가 없기에 나타나는 문제들”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이들도 입법 계획과 공약 재정 추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각 당이 내놓은 공약은 자당의 지지층만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가 별로 없고, 상대 당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중간 지형에 있는 부동층과 상대 쪽 성향의 있는 부동층을 불러 일으킬만한 유용한 공약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야의 공천 내홍은 유권자의 ‘정치 불신’을 키웠다. 여당은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의 공천 갈등, 야당은 비례대표 후보 ‘셀프 공천’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서 ‘혁신’이 아닌 계파 이익에 치중한 후보를 내세우면서 지지층마저 투표소로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철저한 계파공천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공천조차도 늦춰서 하는 바람에 유권자에게 공천권과 선택권 모두 박탈해버렸다. 정책 선거마저 소멸하면서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야권 분열로 반사이익을 누렸어야 할 여당이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악재를 양산하고, 이러한 여당의 악재를 야당이 누리지 못하고 또 다른 악재를 만들어냈다. 어느 정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악재가 덜 있는 정당이 잘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현경병 전 새누리당 의원도 “여야가 계파 이익을 위해 민심하고 동떨어진 공천을 해 50대 이상 유권자를 중심으로 정치 혐오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여야가 읍소 전략을 하면서 조금 진정을 시켰지만, 진정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조사분석 실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 과정 속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오히려 특정 인물 찍어내기, 계파 간 갈등이 증폭됐다”며 “더민주의 경우도 진보 인사 컷오프, 비례대표 셀프공천 파동 등을 겪으면서 양당 모두 선거 과정 속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지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악의 후보를”

그 어느 때보다 후보를 선택하기 어려운 선거가 되면서 유권자의 ‘한 표’가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당이 아닌 인물을, 이념이 아닌 능력과 계획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선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차악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은 아주 좋은 사람에게 투표한다고 생각하는데 덜 나쁜 사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번 선거는 입법권과 국정감사, 예결산 심의권을 위임하는 300명의 입법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모든 후보가 지역 개발 로비스트를 자처하고 있는데, 선거의 본질조차 모르는 후보들이 많다. 입법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투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경병 전 의원은 “후보가 국정과 지역현안 해결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인물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도 “요즘 투표는 인물에 대한 선택보다도 전국 구도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정쟁이 살아나기 때문에 ‘인물 중심’ 투표를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지역발전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살펴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애정 어린 뒤끝’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각 정당들이 모두 긴장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특정 후보의 이미지에 따라가기 보다는 유권자 개인의 이해관계 관점에서 유리한 후보와 정당을 택해야 한다. 즉 공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권순정 실장도 “대한민국의 발전, 국민의 행복 측면에서 후보와 정당에 투표를 해야한다”고 했다.

앞서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7~8일 바른사회의정모니터단과 함께 20대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뽑아야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투명한 정치문화를 만들 개혁적인 후보(29.3%)’ ‘전문성과 정책능력을 갖춘 후보(26%)’ 등을 선택해야 한다고 나타났다. 반면 ‘뽑지 말아야할 후보의 기준’으로는 ‘부패·비리·거짓말 경력자(52.7%)’ 차지했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 후보(21%)’ ‘사회분열·지역감정 조장 후보(10.7%)’ 순이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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