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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만 가중” 해외 M&A 사례 두고, KT-SKT 입맛대로 해석

이호연 기자
입력 2016.04.01 14:40
수정 2016.04.01 15:04

KT “소비자 요금 인상? 규제당국 경고“

SKT "한국은 정부인가 사항...틀린 사례“

통신사 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비자의 이동통신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를 둘러싸고, SK텔레콤과 반 SK텔레콤 진영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의견이 분분하다.

KT는 1일 참고자료를 통해 오스트리아와 영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통3위 사업자와 3위 사업자를 인수 합병한 이후 소비자 요금이 인상됐다고 규제당국인 EU(유럽연합)이 이를 불허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SK텔레콤은 해당 사례는 통신과 통신 인수합병 사례로, 통신과 방송간 인수합병인 CJ헬로비전 이슈건과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외와 달리 정부의 인가를 받아아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구조로 경우에 맞지 않는 사례라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CJ 헬로비전 인수 및 SK 브로드밴드 합병 설명회가 열렸다. ⓒ 연합뉴스

◇ KT “통신간 인수합병, 소비자 피해로 전가”
KT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는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를 인수 합병했다. 합병으로 H3G는 T-모바일과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커졌다. 이에 EU 반독점 당국은 보유 주파수(2.6GHz) 일부를 매각하고 10년간 네트워크 용량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도매 접속을 최대 16개 MVNO에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합병을 인가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조건부 합병의 결과는 오스트리아 가계통신비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오스트리아 방송통신규제기관(RTR)은 올해 3월 14일 합병의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당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심각한 요금인상이 초래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요금이 50~90% 인상됐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이용자의 요금은 22~31%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10개 유럽국가의 신규 스마트폰 가입자 요금 평균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에 반해, 오스트리아는 합병 이후인 2013년과 2014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KT는 “세계적 권위의 경제전문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14일 EU 반독점위원회가 오스트리아 규제 당국의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으며, 영국 이동통신사 간의 합병 승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며 “4월로 예정된 최종 결정에서 EU가 이를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KT는 영국과 덴마크의 사례도 제시했다. 영국의 경우 4위 이통사인 ‘3UK’가 3위 사업자인 ‘O2’를 105억파운드에 인수합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현재 인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가 되면 합병법인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뛰어 오를 전망인데,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규제기관인 ‘ofcom'의 샤론 화이트 의장이 통신시장 균형 왜곡에 대해 강력 경고한 바 있다.

KT측은 “EU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통사업자 텔레노르와 3위 텔리아소네라의 인수합병도 △소비자 선택권 축소 △경쟁구도 파괴 등의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며 “국내 시장 절반을 점유해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 SKT "부적절 사례...맘대로 요금인상 불가능“
SK텔레콤은 경쟁사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해당 사례들은 이동통신사 간의 동종 합병으로, 이번처럼 이동통신사와 방송사업자간의 합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종간 합병의 경우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7건의 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요금규제가 있어 인가를 받지 않는 요금인상은 불가능한데도, 경쟁사가 소비자 피해를 끌어와서 국내 사례와 맞지 않는 외국 사례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측은 “해외 각종 규제와 국내 규제 수준이 판이하게 다른만큼, 동일 비교를 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꼼꼼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이통사간 동종간의 합병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정부가 승인을 앞두고 있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5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미국 케이블 TV 3위 업체 차터가 2위 사업자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강력한 2위 사업자가 되는 딜에 대해 찬성할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1위 사업자는 컴캐스트인데 양강 구도 형성을 위해 FCC에서도 긍정적인 눈길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KT가 주장한 오스트리아 규제 기관 리포트도 일부만 발췌해 입맛에 맞게 재편한 거이라고 비판했다. SK텔레콤은 “해당 보고서는 오스트리아 이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MVNO(알뜰폰, 이동통신 재판매)본격 진입에 따른 요금 경쟁 활성화가 이뤄지기 전의 시장에 대해 분석한 것으로, 오히려 2015년 말 행한 가격 정책 덕택에 실제 요금은 합병 전 수준까지(2011년보다 10%더 낮은 수준) 떨어졌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 인상을 우려하는데, 우리나라는 통신, 방송 모두 정부 인가 사항으로 미국처럼 사업자가 마음대로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경쟁사가 밝혔 듯 요금 5% 인상하면 30%의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데, 감히 요금을 올릴 수냐 있겠냐”고 반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이 워낙 민감한 사항이다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시장이 혼란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고 있는 정부의 잘못도 크다. 양사 인수합병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주무부처는 신속하고 객관적인 방향에서 합병 조건을 따지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말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련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월 1일 현재도 심사보고서 발송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거래법 제 12조에 따라 최장 120일안에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29일이 120일째로 기간이 지난 셈이다. 단,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기한은 끝난 것은 아니다. 즉, 상황에 따라 기간이 더 늦춰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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