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 "엑소 수호보다 인간 김준면 보여주고파"
입력 2016.03.24 09:17
수정 2016.03.25 09:40
'글로리데이'서 청춘 상우 역 맡아 스크린 데뷔
"인간적이고 친숙한 배우 되고파, 청춘물 욕심"
엑소 멤버 수호인 김준면이 영화 '글로리데이'로 스크린에 첫 진출했다.ⓒSM엔터테인먼트
영화 '글로리데이' 속 상우(김준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스무 살 청년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 입학 대신 입대를 택한 상우는 성실하고 착한 청춘을 대변한다.
보이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인 김준면(24)이 상우를 연기했다. 뽀얀 피부, 고생 한 번 안 한 것 같은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인 그가 가난한 상우로 분했다고 했을 때 소녀팬들은 "우리 수호 오빠랑 안 어울린다"고 툴툴거렸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준면의 얼굴에선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대한민국 청춘의 암울한 초상을 담았다. 성장통을 딛고 '희망'을 그리는 기존 청춘 영화와는 결을 달리한 게 미덕.
'글로리데이'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 15분 만에 전석이 매진돼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이 영화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김준면은 "부산영화제 때 '덜덜' 떨면서 봤는데 지금은 설렌다"며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고 웃었다.
영화에는 총 네 명의 청춘이 나온다. 친구가 전부이고 제일인 용비(지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상우(김준면), 엄마 잔소리에 시달리는 지공(류준열), 낙하산 대학 야구부 선수 두만(김희찬)이 스무 살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했다.
지공 역에 욕심이 있었다는 김준면은 "내 평소 모습과 지공이가 비슷해서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류준열 형을 택했다"며 "준열 형의 연기를 봤을 때 '역시'라고 감탄했다"고 웃었다.
김준면은 세 배우에 비해 분량이 적다. 소녀팬들이 아쉬워할 법도 한데. "사실 아쉽긴 해요. 흐흐. 그래도 상우가 영화의 메시지인 '비틀거리는 청춘'을 시사하는 핵심적인 인물이라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어요. 더 많이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았지만 적절하게 표현했답니다."
엑소 멤버 수호로 알려진 김준면은 "'글로리데이'는 행운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필라멘트픽쳐스
'글로리데이'는 제목과는 다른 일그러진 청춘을 이야기한다. 언제나 '글로리데이'일 것만 같은 청춘이 어른들 때문에 주저앉는 과정을 완성도 있게 그렸다. 김준면은 "청춘들이 순수함을 잃고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과정은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며 "슬픈 결말은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착한 상우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는 그는 "청춘이 어두워질 때 그랬다"며 "상우가 그 누구보다 순수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원래 순수해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랄까요? 하하. 상우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때마다 극 중 상우가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기도 했어요.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몸소 느끼고 싶었답니다."
최 감독은 상우를 시골 청년 같은 우직한 이미지의 배우가 맡길 바랐다고 했다. 눈앞에 선 김준면은 마냥 귀공자 스타일이니. 최 감독의 마음을 바꾼 건 김준면의 깊고 맑은 눈동자였단다. 하얗고 뽀얀 얼굴의 그는 "태닝을 할까 고민했는데 이상해 보일까 봐 안 했다"고 했다.
데뷔 초 '그냥 부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웃으면서 해명했다. "강남 쪽 학교에 다녔고 형이자 리더인 제가 엑소 동생들에게 이것저것 사줘서 그런 것 같아요. 동생들이 부자라고 사달라고 했거든요. 하하. 얻어먹기 위한 수단이었죠. 이제는 다들 버니까 안 쏴요. 부자에서 구두쇠가 됐답니다."
엑소 멤버들은 노래 얘기 외에 개인적인 활동 얘기를 안 한다고. "조언도 안 해요.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엑소 멤버 수호인 김준면이 스크린 진출작 '글로리데이'에서 스무 살 청춘 상우 역을 맡았다.ⓒSM엔터테인먼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2년 엑소로 데뷔했다. 연기, 음악 활동 모두를 염두에 두고 소속사에 들어갔다는 그는 고3 때 다리를 다쳐 데뷔 시기를 늦췄다. 할 수 있는 일은 대학 입학이었다. 연기 연습에 매진한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합격했다.
"제가 뚫기엔 높은 장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마음을 비우고 즐기면서 실기 시험을 봤는데 그게 통했던 거죠."
빡빡한 학교 수업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감하게 자퇴한 그는 "더 배울 수 있었는데 아쉽긴 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로서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김준면은 "카메라 앞에 선 게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변요한 형을 비롯한 한예종 친구들을 자주 만나면서 연기에 대한 배움,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진지한 마음가짐도 다잡는다. 지금도 학교를 찾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뻗어 나갈 일만 남은 이 청년은 "늦었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했다. "오히려 이르다고 생각해서 길게 보려고 해요. "'글로리데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거든요. 전 계획적으로 사는 편인데 '글로리데이'는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진 작품이랍니다."
엑소에 속해 있으면서 연기 활동도 해야 하는 부담감도 느낄 듯하다. "엑소 활동을 중점으로 하려고요. 연기에 대한 갈증은 크지만 조급하진 않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자신감이 생기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글로리데이'보다 밝고, 액션이 가미된 청춘물이면 금상첨화겠지요(웃음)."
가수 겸 연기자 김준면은 "엑소 활동에 중점을 두면서 연기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필라멘트픽쳐스
'으르렁', '중독' 등을 통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김준면은 "데뷔 초 때는 엑소의 활약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신 없이 지냈다"며 "'중독'으로 활동할 즈음인 2014년에 뒤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데뷔 후 많은 일이 있었고 우여곡절도 겪었어요. 2014년에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죠. 저 자신을 내려놓고 편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여유롭게 생각하려고 한 시기였답니다. 수호라는 캐릭터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필요가 없겠다고 느꼈어요. 인간 김준면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다짐했고요."
그룹 활동과는 다른 색깔의 음악 활동도 계획 중이란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까면 깔수록 양파 같은 매력이 엿보였다. "양파라...기사 제목으로 좋은데요? 하하."
김준면이 꿈꾸는 배우란 어떤 모습일까. "인간적이고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준면이 형이나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또 극 중 인물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배우요."
엄청난 소녀팬들에게 판타지적인 존재인 그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어울릴까. "그러게요. 사실 집 앞에 학교가 있는데 하교 시간에 나가면 큰일나요. 중, 고등학생 팬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소녀팬들이 궁금해하는 김준면의 사생활을 물었다. "특별한 사생활은 없어요. 운동하고 형들 만나는 것뿐이랍니다."
'글로리데이'는 할리우드 대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맞붙는다. 예매율은 '배트맨 대 슈퍼맨'이 70%를 돌파하며 압도적이다. "원래 친구들과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개봉 후 1~2주 있다 보려고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