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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쳤지만...안철수 지금부터 시험대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3.07 16:49
수정 2016.03.22 17:39

'통합 불가' 결론 냈지만…천정배·김한길 '안철수 리더십'에 의문부호

당장 당 깨지진 않지만 대권 위한다면 '리더쉽' 보여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안한 '야권통합'과 관련해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대표는 “제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문재인과 함께 다니는 동안 김종인은 박근혜와 함께 하면서 문재인과 민주당에 정권 맡기면 안된다 한 분”이라며 “지난 4년 안철수와 김종인의 선택을 비교해보라. 누가 통합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김종인 대표를 비판한 뒤 “저는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 적뿐이다.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죽는다면 이 당에서 죽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통합' 제의의 여진이 국민의당을 여전히 뒤흔들면서 창업주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심야 의총과 최고위까지 치루며 당 의견을 조율, 봉합에 나섰던 지도부가 만 하루 만인 6일부터 또 다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4일 예정에 없던 심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통합 제안' 뒷수습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의견차를 보인 지도부는 따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채 '통합 논의 불가'라고 결론 내려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도부는 '통합'보다 한 단계 톤 다운된 '연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언을 꺼려 불씨를 여전히 남겨뒀다.

남겨둔 불씨가 불을 당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만 하루뒤인 6일 오전 안철수 대표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서 죽겠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날 광주에서 공천후보자 면접을 본 천정배 공동대표는 지난 1월29일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발표문'까지 들먹이며 "새누리당의 압승 저지가 당의 목표"라며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천 대표는 "당의 두 대표 간 의논도 안 된 일"이라며 "지도부 사이에서도 충분한 의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안철수 리더십'에 대한 반기다.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7일 오전 선거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캐스팅보트니 원내교섭단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안 대표와 입장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여당의 180석 저지가 제일 중요하니 연대도 논의해야한다'는 천 대표의 주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없는 승리보다 원칙있는 패배가 낫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반대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야말로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날 안 대표가 언급한 '광야에서 죽겠다'를 반대로 해석해 '개헌 저지를 위해서 뭐든 해야한다'는 주장으로 대놓고 비꼰 것이다.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과 발언을 경청하는 천정배(왼쪽)·안철수(오른쪽) 공동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통합 불가' 결론 냈지만…천정배·김한길 '안철수 리더십'에 의문부호
당장 당 깨지진 않지만 대권 위한다면 '리더쉽' 보여야


이를 두고 안 대표가 사실상 대표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민주주의라고 보기엔 당의 메세지가 너무도 중구난방이고 '반(反)안철수'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당 창준위원장을 지냈던 한상진 교수도 7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는 개인적인 장기는 많은 그런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정당으로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의 문제점으로 '당내 교통정리 미비'를 지목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가야된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당이 현재 안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뜻이된다.

결국 차기 대권주자를 노리는 안 대표와 대권에 무관하고 그보다는 총선에서 금배지를 다는 것에 혈안이 된 현역 의원들 간 이해관계가 충돌했지만 당 대표인 안 대표가 이를 적절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안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안철수 효과'를 기반으로 탄생한 당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신생정당에서 선거도 치르기 전에 단결은 둘째치고 이렇게 분열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최저점을 찍고 있는 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 대표가 대권에 근접하려면 이번 총선에서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해야하는 것은 필수고, 천정배 대표, 김한길 위원장 등 현역 의원들도 '안철수 효과' 없이는 절름발이 신세인 만큼 서로에게 보완재인 이들이 갈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결함이라도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되는 만큼 안 대표는 시험대에 오른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증명해보여야 한다. 향후 안 대표의 행보에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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