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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SKT-헬로비전 인수 공청회 '공회전'

이호연 기자
입력 2016.02.24 15:58
수정 2016.02.25 00:19

미래부 24일 인수합병 공청회 개최

입장차만 재확인...정부 공만 떠넘긴다는 지적도

미래부가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를 개최했다.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방향은 없고 주장만 시끄러웠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SK텔레콤과 반 SK텔레콤 진영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공청회인 만큼 정부가 어느정도 의견을 제시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래부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양사 인수합병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학계, 업계를 비롯한 13명의 관계자가 참석하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 “새로운 돌파구 필요할 때...소비자 편익↑”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쪽은 △새로운 수익 창출 △지역 채널 활성화 통한 방송의 공공성 강화 △소비자 편익 증대를 주장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실장은 “조만간 양사가 함께 하는 성장 로드맵을 경쟁사들에게 공개할 것”이라며 “이통시장은 매출이 지속 하락하는 시장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융복합화 및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우려하는 양사간 합병으로 인한 방송시장에서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 전이에 대해서는 “이미 축소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지배력 논의는 의미없다고 본다”며 “결합판매 가입자 증가는 SKT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오히려 이동전화에서 결합 가입자 비중이 제일 높은 것은 KT”라고 꼬집었다. 자사 이동전화 결합비중은 7.8%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는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업체들은 (케이블 성장세가 지속 하락하는)지금의 현상을 유지하자는 걸로 해석한다”며 “반대하는 사업자들 중 어느 누구도 케이블 업체와 상생하자는 제안을 한 적 없다.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공생방안을 제한해 달라”고 호소했다.

탁 상무는 “본사, 협력사, 외주업체 등 수 천명의 직원들이 있고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지난해 개정된 방송법과 결합판매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쟁사들의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고, 저희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글로벌 경쟁력? 결합판매 강화 목적”
KT, LG유플러스 등 반 SK텔레콤 진영은 양사의 인수합병으로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결합판매를 통해 방송시장까지 전이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소비자 후생 증진보다 △선택권 제한 △지역 채널 요금인상 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1+1+1이 되는데 어떻게 고용이 늘어나고, 내수시장에 국한된 문제인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양사 인수합병 신청서는 정부가 개정한 통합방송법 배출 이후에 제출됐다. 새로운 법에 입각해서 사안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덕승 한국소비자단체 회장은 “양사 인수합병으로 결합판매상품이 강화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어느정도 증진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독과점이 우려돼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양사 인수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희수 KT상무는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이통과 방송시장 각자의 집중도 감소, 소비자 후생 감소,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SK텔레콤의 이통시장과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도 5% 상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투자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생존하겠다는 것이 아닌 손쉽게 M&A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인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일침했다.


◇소모적 논쟁 그만, 미래부 결단은?
이날 공청회에는 전성훈 서강대 교수,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 박추환 영남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이덕승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이상헌 SK텔레콤(017670) 실장, 탁용석 CJ헬로비전(037560) 상무, 김희수 KT(030200) 상무, 박형일 LG유플러스(032640) 상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정수 사무총장, 알뜰폰 협회 윤석구 대표, 방송협회 조성동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미래부는 각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수합병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늘 공청회를 포함 미래부가 합병에 대한 정책 방향이나 정확한 인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양사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 하게 하는 등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청회에서는 이제까지 나왔던 찬반 주장들의 의미없는 나열만 있었다”며 “관계자들의 의견은 들을만큼 들었다고 본다. 미래부로선 방통위와 공정위가 반대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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