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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해진 오승환, 왜 환영받지 못하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1.14 13:33
수정 2016.01.15 15:56

세인트루이스와 1+1 메이저리그 계약

사과 타이밍 늦는 바람에 여론 돌아서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고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팬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오승환은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들에게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부분과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먼저 오승환은 “좋은 소식을 들고 왔지만 먼저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돼 죄송스럽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보직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승환이 누구인가. 신인 때부터 돌직구를 뿌리며 KBO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떠오른 그는 ‘끝판 대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안티가 없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를 향한 전폭적인 응원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의 2년 동안에도 이어졌다.

흔히 대중 앞의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승환은 골든타임을 놓쳤고, 이 사이 그를 응원하던 팬들의 마음은 돌아서고 말았다. 게다가 불법도박혐의와 관련, 몇 가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열리던 시기, 삼성 소속 선수들의 원정도박 혐의가 불거져 KBO리그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결국 삼성 구단 측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서 팀 전력의 핵심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을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예상보다 빠르고 단호했던 구단 측 조치에 박수가 보내진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과 절친한 관계였던 오승환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아쉬웠던 것은 오승환의 대처였다. 오승환은 검찰 조사 직전 변호사를 통해 “찜찜함을 떨쳐내기 위해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임창용이 도박 사실을 시인하고 임의탈퇴 처리된 마당에 오승환의 입장은 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오승환도 검찰 조사서 혐의를 시인했고 곧바로 사과문을 배포했다. 그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내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 모든 질책을 겸허히 받겠다”며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서 불법 도박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큰 사건이 될지 몰랐고 불법인지도 몰랐다”라는 어이없는 답을 내놓고 말았다. 이미 돌아선 팬심이 들끓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 또는 연예인들 중 일부는 여전히 복귀의 길이 험난해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데 제법 긴 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거짓말 또는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검찰로부터 700만 원 벌금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KBO리그 복귀 시 시즌의 50% 출장 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언한터라 별다른 구속력 없이 계약을 확정짓게 됐다. 그리고 적지 않은 나이 등을 감안할 때 징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KBO리그서 찍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가 됐다.

오승환은 KBO리그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임에 분명하다. 한 시즌 및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마운드에서의 모습 또한 가장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와 이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인해 그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뛰어난 선수는 기록지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지만 위대한 선수는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는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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