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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낙동강 벨트 승부 '이번에도? 이번에는?'

문대현 기자
입력 2016.01.03 07:36
수정 2016.01.04 11:44

서부산권·김해·양산, 20대 총선 관전포인트

'친노 벨트' 더민주, 텃밭 굳히려는 새누리

4.13 총선을 앞두고 부산에 낙동강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상구와 인접한 부산 구포시장 부근 거리에서 주민들이 장날을 맞아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낙동강 벨트 : 낙동강 하류 주변의 8개 지역구(부산 북·강서 갑을, 사상, 사하 갑을, 경남 김해, 양산)를 일컫는 정치 관용어. 이 곳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다. 19대 현재 새누리당은 5석(부산 북·강서 갑을, 사하 갑, 김해 을, 경남 양산)을 갖고 있고 더민주는 세 곳(부산 사상, 사하 을, 김해 갑)을 맡고 있다.

20대 총선을 4개월여 남은 가운데 격전지에서 한 석이라도 승리하기 위한 여야의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려는 여당과 함락시키려는 야당의 대결이 흥미롭다.

PK(부산·경남)지역은 TK(대구·경북)과 함께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대구와 함께 부산도 지역 장벽이 매우 높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5대 의원으로 맞이한 16대 총선에서 안정적인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낙동강 벨트(부산 북·강서 을)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민은 진보 정당의 노무현 후보를 외면했다. 그만큼 (현재 기준) 야당 정치인이 PK에서 의석을 얻기란 어렵다.

그런데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낙후된 서부산 지역과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지만 개발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낙동강 하류 쪽 경남 지역은 최근 야당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고 노 전 대통령이 탄생된 2002년 대선 이후 부터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갑·을 지역과 사하 을에서 승리를 거두며 낙동강 벨트에서만 3석을 거머쥐었다. 18대 총선에서 김해 갑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 내줬지만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후보의 사상 승리에 힘 입어 다시 3석을 만들었다. (조경태 더민주 의원은 17대 이후 사하 을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야당의 텃밭 호남 지역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을 고려하면 낙동강 벨트에서의 더민주의 입지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 새누리당은 낙동강 벨트가 무너질 경우 다른 PK 지역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20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사수, 더 나아가 석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친노 벨트' 꿈꾸는 더민주, 야당세 막고 텃밭 굳히려는 새누리

낙동강 벨트 내 부산 5곳 중 특히 눈 여겨 볼 곳은 사상과 사하 갑이다. 사상은 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지역이지만 그가 지난 11월 사상 불출마를 선언하며 같은당 배재정 의원(비례대표)에게 맡긴 곳이다. 배 의원은 사상에서 2연승을 거두기 위해 차근차근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에서는 사상을 되찾기 위해 강한 인사들을 준비시키고 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 장제원 전 의원(18대 사상), 손수조 당협위원장 등 이름 있는 정치인들이 사상에 나서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신인 자격으로 '거물' 문 대표와 맞붙어 맷집을 키운 손 위원장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지도 관심사다.

19대 총선에서 사하 갑 주민들은 '태권도 영웅'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문 의원이 최근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여당은 새 인물 발탁이 불가피한 상황. 당에서는 현재 비례대표 김장실 의원이 사하 갑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문 의원이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지지한다고 해 그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등판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사상을 따내기 위한 새누리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야당에서는 19대 총선에서 문 의원에게 득표율 한 자릿수로 아슬아슬하게 진 '친노무현' 최인호 더민주 사하 갑 지역위원장이 두 번 패배는 없다는 각오로 이를 갈고 있다.

이와 함께 야당은 북·강서 지역 승리를 위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19대 총선 때 야당은 북·강서 갑에서 4.79%p, 북·강서 을 7.9%p차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사하 을은 3선의 조 의원이 지키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새누리당 소속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이 도전장을 던져 알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을도 알 수 없다. 현재 이 곳의 주인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여당 후보로 나서기 위해 공천 신청을 한 상태다. 더민주 진영에서는 '노무현의 사람'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김해 갑에서는 민홍철 더민주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고 홍태용 새누리당 김해 갑 당협위원장이 이에 맞설 전망이다.

경남 양산은 지역구 분구 가능성이 높아 예비후보가 난립한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과 송인배 더민주 지역위원장의 재대결이 유력한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등판설도 흘러 나와 관심이 쏠린다. 이와 함께 꾸준히 양산에서 기반을 닦아 온 김성훈 기업분쟁연구소 조정심의위원장도 도전장을 내 흥미로운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다.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의 결과가 PK의 전체 결과를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개혁을 외치는 새누리당이 낙동강 벨트 8석을 휩쓸 수 있을지, 상생 정치를 꿈꾸는 더민주가 낙동강 전선을 허물고 PK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차기 총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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