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하얀거탑…일본판과 무엇이 다른가-2-
입력 2007.01.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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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직설적인 장준혁 vs 용의주도한 자이젠 고로<2>
"저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반면, 지난 2003년 리메이크작 일본판 「백색의 거탑 (=하얀거탑)」은 스승-제자 간 결별선언 장면에서 한국판과 미세한 차이점을 보인다. 결론은 한국판과 같지만 도출 과정을 분석해보면 주인공의 대응 방식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이젠 고로 외과 조교수는 직속상관인 아즈마 테이조 교수를 상대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확신이 선다고 판단될 때 일격을 가한다. 지나치게 치밀한 스타일이다.
구체적인 계략을 살펴보면 몸서리 칠 수밖에 없다. 자이젠 고로는 백색의 거탑(=하안거탑) 7부에서 아즈마 테이조 교수가 식도암 수술을 집도하기 전, 조수 스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다. 제자로서 스승의 말년 마지막 수술을 곁에서 보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태도.
자이젠 고로는 아즈마 테이조의 최후 집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스승이 체력적인 한계 문제로 수술 속도가 느려지면 제자는 스승의 스피드를 맞춰주는 여유까지 보인다. 환상의 팀워크로 수술은 완벽히 마치게 된다. 흡족해진 두 사람은 단골클럽에서 술로 목을 축이게 된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시점, 자이젠 고로가 말한다.
“조수가 된 것도 오랜만이고 교수님과 함께 술 마시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참고-일본판 하얀거탑 드라마 영상 / 영상 자막=팝 일드 클럽 자막팀 PJDC 쳅스, 마린코스)
아즈마 테이조 교수는 의외로 비웃음 친다. 그리고 예측했다는 듯, 자이젠을 향해 진심이 무엇인 지 묻는다. 남자답게 솔직히 밝히라고 말한다. 자이젠 고로는 잠시 고심의 흔적을 보인 끝에 속내를 밝힌다.
“다시 한 번 수술현장에서 선생님 조수를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왜 선생님이 절 혐오하시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만의 오해이길 바랍니다. 지금 병원에서는 교수님이 외부 교수를 데려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진심은 따로 있었다.
아즈마 테이조는 자이젠 고로의 교활한 문제제기를 부인했지만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건 헛소문에 불과해”라고 반박한다.
자이젠 고로는 계속 공격했다. “교수님, 전 부교수가 된 이후, 교수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지난 8년 간 진심으로 달려왔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머리를 숙일 수도 있습니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저의 어디가 싫으십니까?”
아즈마 테이조 교수는 자이젠의 자신에 찬 공세에 “무례하군. (내 제자라서) 교수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솔직해지길 바라네. 자네가 진짜로 되고 싶은 건 수술 조수가 아니라 교수잖아? 솔직히 부탁하면 뭐 들어 줄 용의는 있다만.”이라고 맞대응했다.
아즈마 테이조는 부교수가 된 이후, 호시탐탐 자신의 밥그릇을 넘보는 자이젠 고로가 마음에 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자이젠 고로는 “부탁하면, 부탁하면 그렇게 해주실 겁니까? 그렇게 라면?”이라며 두 눈을 치켜뜨고 아즈마 테이조 교수를 바라봤다. 야심에 찬 섬뜩한 눈빛이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던지 할 기세랄까.
아즈마 테이조 교수는 “최근 자넨 나를 밀치고 우가이 료이치 교수 밑으로 간 것 같은데. 물론 떠도는 소문에 불과할 뿐이지만 말이야. 부탁하는 태도를 봐서 결정하겠네. 자네가 진짜로 날 믿고 있다면 말이지. 계산하지 말고 솔직히 부탁해보게”라고 말한다.
자이젠 고로는 스승을 향해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다. 차기 교수직을 차지하기 위해서 자존심은 물론 양심까지 내던지며 비굴하게 고개를 숙일 작정이었다. 그러나 머리가 테이블에 닿기 직전 반전이 펼쳐졌다.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싫습니다! 부끄러운 짓을 한 적 없습니다. 제 힘으로 교수가 되는 것을 확신합니다.”
아즈마 테이조 교수는 제자의 권력욕으로 가득 찬 시선에 몸서리쳤다. 아즈마 테이조는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한다.
“아. 그런가. 자 그럼 선전하게나. (교수 선출 투표 결과를 지켜보자는 뜻) 아무래도 자네와 난 이걸로 끝인 것 같군. 결별기념으로 하나만 알려주지. 자네의 어디가 싫다는 부분에 대해서...”
“교수님은 저의 모든 게 싫다는 거겠죠.” 자이젠 고로는 스승 아즈마 테이조의 말을 가로채며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이왕 ‘팽’당한 거 후임 교수직 쟁취를 위해서 『은퇴를 앞둔』 아즈마 테이조 외과 교수보다 『의학 부장』 우가이 료이치 내과 교수의 파워를 믿고 의지하겠다는 의도.
이처럼 자이젠 고로의 용의주도한 성격은 한국판 장준혁의 직설적이지만 인간적인 면(유필상 의사회 회장의 요구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일, 즉 비위 맞추기 위해 망가지는 모습 등)과 차이가 있다.
2007년 한국판 하얀거탑 메인 장준혁이 단도직입과 인간적인 면을 함께 겉으로 표출한다면 2003년 일본판 백색의 거탑(=하얀거탑) 메인 자이젠 고로는 철저한 냉혈한 인간.
즉 장준혁, 자이젠 고로 두 주인공 모두 그리스 신화 속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겉으로 표출하는가(장준혁) 감추는가(자이젠 고로)에 있어서 다른 점이 있다.
야마자키 도요코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재구성해 드라마로 방영된 불후의 명작 「하얀거탑(=백색의 거탑)」. 한국과 일본은 각각 스타일에 맞게 각색했다. 한국은 성공을 맛보고 있고 일본판은 이미 제대로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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