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도쿄돔 한일전’이라 쓰고 ‘약속의 땅’이라 읽는다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1.19 23:24
수정 2015.11.20 08:42

경기 중후반까지 오타니 쇼헤이에 막히다 역전승

9회 무사 만루서 이대호 극적인 결승 타점

이대호의 역전타가 나오는 순간 도쿄돔은 침묵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한국 야구 대표팀이 희대의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프리미어12 결승에 진출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9회초 이대호의 극적인 역전타에 힘입어 4-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결승에 오른 대표팀은 21일 미국-멕시코 승자와 결승전을 벌인다.

참으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 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과 주변 여건 등 대표팀이 우세를 보이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승리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실제로 대표팀은 대회 주최 측의 졸속행정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대만에서 예선과 8강 일정을 마친 대표팀은 새벽부터 짐을 꾸린 뒤 일본 도쿄에 입성해야 했다. 무리하게 오후 4시로 예정된 도쿄돔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오후 8시로 훈련이 예정된 일본은 보다 여유롭게 대만서 출발할 수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 외에 모든 요소가 일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김인식 감독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마음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의 선발 투수인 오타니 쇼헤이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오타니는 지난 8일 개막전서 시속 160㎞대 강속구와 140㎞대 후반 포크볼로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6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급이 다른 투구에 한국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오타니의 투구는 대단했다. 대표팀은 다시 한 번 마주한 오타니를 공략하기 위해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으로 대처했지만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7회 첫 타자 정근우의 첫 안타가 나올 때까지 오타니는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쳤다.

7회까지 한국 타선을 1피안타 무실점 탈삼진 11개로 잠재운 오타니는 완봉 페이스였지만 고쿠보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그리고 9회 기적이 실현됐다. 바뀐 투수 노리모토는 9회 들어 갑작스런 제구 난조를 보였고 연속 3안타와 사구를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후속 투수 2명이 더 올라왔지만 달아오른 한국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표팀은 2-3으로 뒤진 무사 만루 찬스서 4번 타자 이대호가 바뀐 투수 마스이를 상대로 좌익수 앞 적시타를 뽑아내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기적 같은 역전 결승 2타점이었다.

다시 한 번 드라마를 쓴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대표팀 입장에서는 승리를 가져다주는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도쿄돔 첫 번째 맞대결은 2006년 제1회 WBC 1라운드다. 7회까지 1-2로 뒤지고 있던 대표팀은 약속의 8회, 이승엽의 천금 같은 결승 투런 홈런으로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더불어 니시오카의 타구를 잡아낸 이진영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도 야구팬들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09년 제2회 WBC 1라운드도 도쿄돔에서 열렸다. 당시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서 대표팀은 승자 맞대결서 김광현이 공략당하며 2-14 대패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과 다시 만나 4회 김태균의 결승타에 이어 선발 봉중근의 호투까지 묶어 1-0 승리했다. 당시 봉중근은 안중근에 빗대어 ‘봉의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에서의 역전승까지 포함, 대표팀이 일본 야구 심장에 비수를 꽂은 횟수는 세 차례나 된다. 네 차례 맞대결 중 3번이나 이겼으니 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그렇게 다 차려놓은 잔칫상이 뒤집힌 일본은 또다시 침묵과 함께 정신적 충격이 배가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